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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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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제공 #밝은세상

❝ 키워드: 문 | 세상 | 경계 | 이야기 | 모험 | 도피 | 보물 상자 | 책 | 포털 | 상상 | 이방인 | 변화 | 갈망 | 방랑자 | 약속 | 희망 | 꿈 | 사랑 | 운명 | 비밀 | 진실 | 규칙 | 믿음 | 질서 | 균열 | 일탈 | 무질서 | 자유 |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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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끝없는 이야기』 등의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문 안 혹은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된 후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에 감탄하고 또 환상의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을 동경했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어요.

✦ 앨릭스 E. 해로우의 데뷔작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과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 속의 책,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두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도서 협찬 제안을 주셨을 때 망설임 없이 읽기로 했습니다.

✦ 엄마가 없는 유색인 여자 아이. 로크 씨와 함께 지내며 ‘비주류로 주류의 세계에 편입되고자 애쓰는’ 재뉴어리 스칼러. 로크 씨는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재뉴어리를 가둬두고자 하지만 재뉴어리는 모험, 일탈, 무질서, 변화,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죠.

✦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재뉴어리의 이런 갈망은 점차 더 커지게 되고 재뉴어리는 우연히 글로 현실을 바꾸고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로크 씨와 협회는 재뉴어리를 가둬두려 하고요.

✦ 가두고, 탈출하고,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도망과 추격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어요. 내적 비명을 지르기도 하며 제발 붙잡히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재뉴어리의 여정을 따라가게 되었답니다.

✦ 이 책에서 문이라는 포털은 주류와 비주류, 질서와 무질서, 억압과 자유, 규칙과 일탈의 경계가 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면서 한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진실된 믿음과 사랑의 힘으로 문을 열고, 통과하고, 또 닫기도 하며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멋진 사람 재뉴어리의 모험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좋겠단 마음이 들어요.

✦ 원제는 ‘The Ten Thousand Doors of January’인데 저는 ‘재뉴어리의 푸른 문’이라고 번역한 게 더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ㅎㅎ 표지 그림의 푸른 문과도 잘 어울리고요!

✦ 책날개에 ‘어린 시절 우리를 매혹시킨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느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정말 공감이 됐어요. 이 책을 읽으며 환상적인 세상과 이야기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잠깐이나마 다시 돌아간 기분을 느꼈거든요.

✦ 판타지, 모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잔잔하게 로맨스 요소도 깔려 있고 사랑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는 점 때문에 더 좋았어요! 긴장감을 조금 완화해 주고 숨 돌릴 틈이 생겨 좋았습니다 ㅎㅎ

✦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이야기에 기승전결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작가님이 꾸준히 책 집필하고 계시고 곧 새 책도 출간하시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도 번역돼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 24/08/17]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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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야기를 고고학 현장처럼 접근하고, 층층이 쌓인 먼지를 꼼꼼하게 털어낸다면 그 안에 늘 문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문은 여기와 저기, 우리와 그들, 평범과 마법이 나뉘는 분기점이다. 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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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엄마는 네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위험할 정도로 자유롭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모든 문이 네 앞에 열려 있는 삶.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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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네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영원을 믿는다는 거야. 질서 있는 세상이 영원히 계속되고, 닫힌 문은 영원히 닫혀 있을 거라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너무 편협한 사고방식 아니야?”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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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앨릭스E해로우 #재뉴어리의푸른문
#판타지 #판타지소설 #힐링소설 #어드벤처소설
#소설 #장편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책소개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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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소이 이야기
송미경 지음 / 읻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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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읻다 #서평도서 #넘나리2기

📖 송미경, 『메리 소이 이야기』 (240510~240511)

❝ 별점: ★★★★☆
❝ 한줄평: 믿음, 기다림, 진짜와 가짜, 그래서 이상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 키워드: 동생 | 진짜 | 가짜 | 슬픔 | 고통 | 기다림 | 믿음 | 만남 | 사랑 | 의심 | 속임수 | 삶 | 허상 | 개연성 | 우연 | 기억 |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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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마지막 도서로 송미경 작가님의 첫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완독은 금방 했는데, 이야기를 자꾸자꾸 곱씹게 되어 세네 번쯤 더 읽게 되었어요.

✦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이랑 다르게 (긍정적인 의미로) 좀 이상해요. 읽는 사람이 가장 궁금해할 ‘제리미니베리가 진짜 메리 소이인지’, ‘화자인 ‘나’의 엄마가 동생인 메리 소이를 잃어버린 과정은 진실인지’, ‘눈 깜빡이 인형 미사엘은 ‘나’에게 왜 중요한 존재인지’, ‘‘나’는 엄마, 아빠의 친딸이 아닌데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되었는지’ 등 다른 소설이라면 당연하게 풀릴 이야기들의 실마리가 전혀 풀리지 않아요. 그저 메리 소이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기다림,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만나게 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수많은 메리 소이들, 그리고 아나무스 씨, 마로니, 제리미니베리까지. 자꾸 글 안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 소설 같으면서도 소설 같지 않은 이야기. 책 소개의 ‘작은 어른들을 위한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극’이라는 문장이 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꿈을 꾸는 것 같이 몽환적이다가도 어느샌가 현실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원더타운이라는 이름의 마을부터가 그런 환상의 세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 마지막에 ‘나’는 ‘어쩌면 자신은 메리 소이를 기다리긴 했지만 정말로 메리 소이가 돌아올 것이라 믿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우리 곁에 있는 메리 소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게 조금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믿음, 기다림, 진짜와 가짜, 그리고 진실과 거짓.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이상한 일을 잔뜩 겪은 ‘내’가 기다리는 한 번의 이상한 일. 그리고 원더타운을 떠나는 ‘나’의 가족들. 이 소설은 정말 ‘이상한’ 소설입니다.

✦ 진짜와 가짜가 중요하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 같은 이야기. 그런 ‘메리 소이 이야기’를 읽어보시지 않으실래요? 분명 이 ‘개연성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실 거예요. [📝 24/05/19]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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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소이를 기다리는 건 너희 가족에겐 삶이었으나 타인에겐 일종의 놀이였던 거지. 원래 사람들은 주인공이 고생하는 이야기를 좋아해. 계속 더 고통받으며 기다리는 걸 보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결말에서 빵, 하고 한 번에 그걸 해결해 주면 더 좋아하고.”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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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백히 웃을 만한 이야기인데도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그런 일들이 있다. 슬픔을 봉인한 채로 우스꽝스러워진 이야기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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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절반 읻다 시인선 15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박술 옮김 / 읻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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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읻다 #서평도서 #넘나리2기

📖 프리드리히 횔덜린, 『생의 절반』 (240410~240419)

❝ 별점: ★★★★
❝ 한줄평: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몰락하는 조국···」, p.251)
❝ 키워드: 분열 | 신 | 밤 | 그리스 신화 | 고전 | 비가 | 송가 | 찬가 | 낭만주의 | 고전주의 | 종교 | 영감 | 계시 | 예언자 | 합일 | 영원 |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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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세 번째 도서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집 『생의 절반』을 읽었습니다.

✦ 『생의 절반』은 읻다에서 출간된 은유 작가님의 번역가 인터뷰 산문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읽으면서 알게 된 번역가 중 한 분인 박술 님이 번역하셨는데요. 그 책의 인터뷰에서 ‘시 번역은 결과물이 시여야 하죠. 결과물이 아름답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원본보다 아름다워도 돼요. (p.236-237)’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시집을 읽는 게 기대되었어요. 독일어는 알지 못해서 독일어 원문과 비교하며 읽을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요. (참고로 은유 작가님의 책 해외문학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문학 번역이라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요!)

✦ 읻다 시인선은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이번 시집은 다른 시집들에 비해 쉽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리스 고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운율과 형식이 있는 시를 읽은 느낌이라 재미있기도 했어요!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해도 단어를 보며 운율을 찾고, 또 번역된 단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읽는 게 좋았어요.

✦ 저는 횔덜린이 탑에 갇혀 스카르다넬리라는 서명을 남긴 최후기 시들에 가장 마음이 가더라고요. 현재 시제만 있고, 특정 인물이나 신이 등장하지 않아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이름도 시간도 없지만’(p.366) 계절의 흐름만은 알 수 있는 시들. ‘서른일곱의 나이로 탑에 들어와 일흔셋의 노인이 된’(p.368) 횔덜린이 탑 안에서 ‘내다본’ 것은 아마 계절의 변화였겠지요. 그야말로 ‘생의 절반’을 탑 안에서 보내며 횔덜린은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해진 ‘영원’에 가까운 시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곳에 머무르며 삶과 죽음의 구분조차 무의미해 결국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p.251)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구절이 더 와닿았어요. 횔덜린을 광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는 시대를 너무도 앞서 간 예언자이자 선지자였던 것은 아닐까요. 『횔덜린 서한집』을 함께 읽으면 더 풍성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 24/04/23]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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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이러하다. 재화가 주어지고, 어느 신이
 몸소 은총을 내리더라도, 그는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
 직접 짊어져야만 하는 것. 이제 그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부르려니,
 이제 마침내 그를 위한 말들이 꽃처럼 피어나야 한다.
/ 「빵과 포도주」 부분 (p.21, 23)

✴︎
헤라클레스처럼 신과 싸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고통이다. 또한 이 삶을 질투하는 불멸도, 또 불멸을 나누는 일도 고통이다. 그러나 인간이 여름의 얼룩으로 뒤덮이는 일도 고통이다, 어떤 얼룩에 완전히 가려지는 일은! 이는 아름다운 태양이 행한 바, 그녀는 만물을 기른다. 장미를 들어 그리하듯, 빛살로 돋우며 젊은이들을 인도한다. 그러니 오이디푸스가 겪은 고통은 마치 가난한 남자가 무언가 부족하다며 탄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이오스의 아들이여, 그리스의 불쌍한 이방인이여!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 「몰락하는 조국···」 부분 (p.249,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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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완결작
✎ 「운명신들에게」
✎ 「빵과 포도주」 ⛤
✎ 「도나우강 원류에서」
✎ 「디오티마를 잃은 메논의 비가」 ⛤

2부 | 찬가
✎ 「생의 절반」 ⛤
✎ 「추억」 ⛤
✎ 「그리스」

3부 | 파편
1장 찬가 파편들
✎ 「언어」
✎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

2장 핀다로스 파편들
✎ 「진리에 대하여」 ⛤
✎ 「세월」

3장 시학-철학적 파편들
✎ 「몰락하는 조국···」

4부 | 메아리
✎ 「사랑스러운 푸르름 속에서···」
✎ 「봄」 (p.263)
✎ 「봄」 (p.267)
✎ 「가을」 (p.291)
✎ 「우정」 ⛤
✎ 「내다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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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
듀나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읻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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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읻다 #서평도서 #넘나리2기

📖 듀나,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240311~240328)

❝ 별점: ★★★★
❝ 한줄평: 듀나에 대한 편견을 깨준 재미있는 단편들
❝ 키워드: 나비효과 | 시간여행 | 타임머신 | 로봇 | 함정 | 도플갱어 | 상상 | 원칙 | 평행우주 | 살인 계획

❝ 컴퓨터가 신문물이었고 인터넷은 아직 대중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한국 SF의 계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천진난만한 그 시절에, 장르소설을 갖고 놀던 듀나란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만큼 좋은 선택지가 또 있을까? 마감일이 없어도 폭포수처럼 작품을 쏟아내던 ‘90년대 레트로 듀나’를 다시금 만날 수 있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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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두 번째 도서로 듀나의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 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읽었습니다.

✦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는 듀나라는 사람을 영화 평론가로 먼저 접했고, 그동안 그에게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요. 이 단편집에는 작가의 초기 단편 21편과 함께 21편의 코멘터리가 실려 있어서 처음 듀나를 접하는 사람도 작가와 작품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 저는 이 책의 메인 테마로 꾸려진 ‘하이텔’을 접한 적이 없는 독자고, 듀나의 작품은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좋아하는 SF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들이 웃기고 재미있어서, 때론 오싹하고 소름 돋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작품 공개일을 가리고 읽는다면 30년 정도 전에 쓰인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트렌디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 특히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미메시스〉, 〈바벨의 함정〉, 〈도플갱어〉, 〈렉스〉, 〈원칙주의자〉, 〈꼭두각시〉였어요.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의 공통점이라면 반전과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접 읽어보시면 전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ㅎㅎ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길지 않은 단편이 여러 편이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페이지를 넘기실 수 있어요!

✦ 듀나라는 거장의 초기 작품 세계가 궁금하신 분은 미발표 데뷔작뿐만 아니라 솔직하게 털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한 코멘터리가 실린 이 단편집을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특히 하이텔 시대를 경험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24/03/29]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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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렉스의 존재를 떠받쳐 준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었어요. 공포와 미신의 대상이었을 때만, 존재와 비존재의 어정쩡한 사이에 있을 때만, 렉스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p.158)

✴︎
 “ (...) 판사님, 저는 원칙주의자입니다.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원칙을 잘 알고 원칙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판사님도 법률가이시니 여기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요.” (p.209)

✴︎
사실 따져보면 자유의지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상황을 선택할 수 없고 필연적으로 주변의 영향을 받으니까요. 우리의 행동 패턴, 취향들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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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열두 세계 포션 6
이산화 지음 / 읻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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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읻다 #서평도서 #넘나리2기

📖 이산화, 『전혀 다른 열두 세계』 (240212~240214)

❝ 별점: ★★★★☆
❝ 한줄평: 12라는 숫자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니!
❝ 키워드: 12 | ‘토끼’ | 감정 | 꿈 | 헤어짐 | 새로고침 | 희망 | 증오 | 변이 | 행복 | 인과관계 | 재난 | 구원
❝ 추천: 12라는 숫자와 얽힌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와 열세 번째 세계가 궁금한 사람

❝ 열두 가지의 새로운 관점으로, 현실의 테두리 바깥에서 현실을 응시하는 작품.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다. ❞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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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에 이어 2기에도 선정되었어요! 앞으로 네 권의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읻다 선생님들!

✦ 읻다 출판사의 포션 시리즈 여섯 번째 책,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는 작가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열두 편의 짧은 글들을 수정하여 엮은 초단편 소설집이라고 합니다. 단편도 아닌 초단편?이라고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정용준의 짧은 소설집 『저스트 키딩』을 읽으면서 짧은 소설도 충분히 짜임새 있게 완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오히려 초단편이란 점이 흥미롭고 기대되었어요.

✦ 〈토끼 굴〉, 〈그땐 평화가 행성들을 인도하고〉,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이무기 시절도 한때〉, 〈새로고침〉, 〈지구돋이〉,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샛길의 독사〉,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1324〉,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새끼고양이였다〉, 〈구세주에게〉까지! 초단편이라 소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전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포션을 꿀꺽꿀꺽 들이켜듯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가득해요!

✦ 특히 좋았던 단편은 〈지구돋이〉,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1324〉, 〈구세주에게〉였어요. 이 단편들이 좋았던 이유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마지막 문장’ 또는 결말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운도 남고, 생각할 점도 많았던 단편들이라 더 애정이 가네요 🥰

✦ 이 책의 하이라이트! 바로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입니다. 각 단편과 12라는 숫자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짐작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12’라는 숫자로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떤 짐작은 맞았고 어떤 것은 완전 헛다리 짚은 거란 걸 알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연재 시작 전에 이미 단편 열두 편의 소재를 미리 다 정해두셨다는 작가님... 파워 J의 면모에 파워 P 인간인 저는 그저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 단편 다 읽고 꼭!!!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까지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ㅎㅎ

✦ ‘때론 입천장에 와 닿는 그런 숨결 하나가 구세주의 도래보다도 절실할 때가 있다’라는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이야기들이 ‘희망찬 이야기’들은 아닐지라도 우리를 보듬고 위로해 주는 ‘포션’ 같은 이야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전혀 다른 열두 세계’를 만난 후 각자 열세 번째, 열네 번째, 더 나아가 그 너머의 세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24/02/14]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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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우리가 명예라고 생각했던 건 전부 얄팍한 착각에 불과했지요. 그 착각이 비극을 낳았고, 훨씬 평화롭게 손을 맞잡을 수 있었을 두 집단이 서로를 오래도록 적대할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런 일에는 어떤 명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p.87-88)

| 차례로 녹아드는 초콜릿을 타고 비로소 뚜렷한 행복이 몸 전체에 퍼졌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좋아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먹고, 그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을 다시 메아리처럼 느끼는 일. 옛날 사람들의 거추장스러운 몸은 꿈에도 몰랐을 감각. 이래야지. 사람은 역시 이렇게 살아야지.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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