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모노클 읻다 시인선 14
사가와 치카 지음, 정수윤 옮김 / 읻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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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사가와 치카, 『계절의 모노클』 (230924~231015)

❝ 별점: ★★★★☆
❝ 한줄평: 시들은 생생히 움직이는 하나의 풍경이 되고
❝ 키워드: #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 #밤 #바다 #사랑 #삶 #죽음 #순환 #장송곡
❝ 추천: 시집 한 권에 담긴 사계절 같은 시인의 생애가 궁금한 사람, 밤을 사랑하는 사람

❝ 그것은 계절처럼 흘러가는 인생이었다. ❞
/ 옮긴이의 말 | 바다로 내달려 발광하라 (p.195)

📝 (23/10/16) 시집을 다 읽고 나서 ‘계절의 모노클’이라는 시집의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시들을 읽는 동안 사계절의 풍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한쪽 눈으로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 4부로 되어 있는 시집은 시인의 생애 첫 시와 마지막 시로 시작하고 끝을 맺으며, I는 봄, II는 여름, III는 가을, 그리고 IV는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어 시집과 함께 사계절의 흐름, 그리고 시인의 삶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시를 읽으며 우리는 ‘장미를 흩뿌리는 봄’(「눈을 뜨기 위하여」)을 지나 ‘태양의 뜨거운 시간을 기다리는’(「대화」) 여름을 건너 ‘추억이 버려지듯이, 잎사귀에서 멀어지는 나무’(「잠들어 있다」)들이 가득한 가을을 통과해 마침내 ‘이파리 한 장 없는 마른 나뭇가지가 위로 쭉 뻗어 있는 벌거벗은 숲’에 모두가 ‘천천히, 천천히 점점 더 깊은 잠에 빠지’(「겨울의 초상」)는 겨울에 도달한다. 하지만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이듯, 계절은 돌고 돌아 겨울에 죽어 있던 것들을 다시 되살려내는 봄을 맞이하며 끝없이 순환한다.

밤과 달에 관심이 많았던 시인. 밤을 좋아했던 시인. 시인은 산문 <나의 밤>에서 ‘세상 모든 것은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고, 나의 귓가에는 바늘로 집듯이 시간이 흘러갈 뿐’(p.188)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밤의 시간도 영원하지는 않고, 태양이 뜨고 낮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사계절, 밤과 낮, 그리고 죽음과 삶에 있어서 시작과 끝의 구분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계절처럼 흘러가는 인생’에 우리는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끝없이 순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듯한 하나의 풍경이 되는 시들을 읽으며 삶과 죽음, 계절과 순환에 관해 사유해 볼 수 있었다. 원문이 함께 실려 있으나 일본어를 알지 못해 원문과 함께 번역을 음미할 수 없어서 아쉽다. 이 아름다운 시집, 그리고 아름다운 시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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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이 나를 떠나 망각의 구멍 속에 되돌려 놓는다 이곳 사람들은 미쳐 있다 슬퍼하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의미가 없다 눈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믿음은 불확실해지고 앞을 보는 일은 나를 초조하게 한다

내 뒤에서 눈을 가리는 것은 누구인가? 나를 잠에 빠뜨려다오.
/ 「녹색 불꽃」 (p.65)

❝ —무거운 리듬 아래 깔려 있는 계절을 위해 신은 손을 들리라. 일렁이는 파도가 기어 나오는 해안선에는 소금 꽃이 피었다. 세상 모든 생명의 율동을 갈망하는 고풍스러운 건반은 먼지투성이 손가락으로 태양의 뜨거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대화」 (p.99)

❝ 붉은 소요가 인다

저녁이면 태양은 바다와 함께 죽는다. 그 뒤를 따라 옷이 흐르지만 파도는 잡을 수 없다.
/ 「낙하하는 바다」 (p.117)

❝ 밤눈에도 하얗게 떠오른 눈길,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눈은 금세 몇몇 사람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린다. 죽음이 그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몰래 다가와 하얀 손을 흔든다. 죽음은 짙은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쳐 갔다. 상냥했던 사람의 시체는 어디에 묻혔을까. 우리의 잃어버린 행복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아침, 눈 덮인 지상이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우리의 꿈을 파내는 것만 같은 삽 소리가 들린다.
/ 「겨울의 초상」 (p.151)

❝ 그날,
하늘은 소년의 살결처럼 슬프다.
영원은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
저 너머에서 나는 여러 개의 영상을 놓쳐버린다.
/ 「순환로」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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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I
✎ 「푸른 말」
✎ 「아침의 빵」
✎ 「오월의 리본」
✎ 「초록」
✎ 「눈을 뜨기 위하여」 ⛤
✎ 「꽃 피는 드넓은 하늘에」
✎ 「봄」 ⛤
✎ 「별자리」
✎ 「전주곡」 ⛤

II
✎ 「기억의 바다」
✎ 「녹색 불꽃」 ⛤
✎ 「The street fair」
✎ 「꿈」 ⛤
✎ 「대화」 ⛤
✎ 「단편」
✎ 「여름의 끝」
✎ 「구름의 형태」
✎ 「Finale」

III
✎ 「잠들어 있다」
✎ 「낙하하는 바다」 ⛤
✎ 「태양의 딸」
✎ 「계절의 모노클」
✎ 「종이 울리는 날」 ⛤
✎ 「검은 공기」
✎ 「녹슨 나이프」 ⛤

IV
✎ 「산맥」
✎ 「겨울의 초상」 ⛤
✎ 「순환로」 ⛤
✎ 「계절」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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