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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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 이꽃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230813~230831)

❝ 한줄평: ‘눈부시고 찬란한 여름’, 비 온 뒤엔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기 마련이니까
❝ 키워드: #전학 #속마음 #초능력 #저주 #고요 #소음 #여름 #가족 #선택 #용서
❝ 추천: 뜨거운 여름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첫 문장: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엄마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시작됐다. (p.7)

📝 (23/08/31) 번영. ‘번성하고 발전하여 영화롭게 됨’이라는 뜻을 가진 동네. 하지만 이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동네에 가게 된 지오의 이야기로 글이 시작된다.

엄마를 지키고 싶어 유도를 시작했지만 엄마의 병 때문에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에게 보내지며 갑작스럽게 번영으로 이사가게 된 아이, 하지오. 그리고 오 년 전 부모님을 잃은 후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되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왔지만 지오 곁에 있으면 고요함을 되찾는 아이, 유찬.

두 아이 모두 각각 엄마의 병과 부모님의 죽음으로 원래의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려버렸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바뀐 일상에 적응하고자 노력한다.

지오의 곁에 있으면 매 순간 웅얼웅얼 들려왔던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고, 심지어 지오의 속마음은 아예 읽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찬은 같이 가자고, 멀어지지 말라고 자꾸만 지오를 붙잡는다. 지오와 함께 있을 때는 개구리와 뻐꾸기 소리, 매미 울음소리와 선풍기 소리 같은, 아주 평범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찬. 그리고 속마음을 들을 수 없기에 오히려 지오의 표정, 몸짓, 억양 하나까지 자세히 관찰하는 찬. 지오는 편안하다는 말에 약간 실망했지만, 찬에게는 편안함이 곧 지오가 특별하다는 표현 아니었을까. 지오가 아니면 절대로 고요함을 느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첫 만남에 찬의 이어폰을 고장낸 후 그를 피해 도망다녔지만, 지오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을 수 없는 찬에게 오히려 마음에 있는 말들을 모두 쏟아 낸다. 지오도 엄마, 그리고 아빠에게 할 수 없는 많은 말들을 마음에만 쌓아두는 게 힘들어 그저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찬은 언젠가 자신에게 필요했던 위로를 지오에게 건넨다.

| “더 해. 들어 줄게.”
“······뭐?”
“궁금했었어. 그래서 듣고 싶었어, 네 속마음.“
(...) 나는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대신 그저 함께 앉아 있어 준다.
언젠가 내가 그랬을 때, 다른 누군가가 그래 주길 바랐던 것처럼. (p.60)

찬은 지오가 자신의 아픔도 알아주길 바라며 자신을 걱정해 주길 바라고, 속마음을 들을 수 없는 유일한 사람 지오에게 지금껏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찬도 어렸지만, 새별도 어렸던 그때. 마을 사람들이 없던 일로 덮어두자고 한다 한들 찬에게는 다시는 없던 일이 될 수 없는 상실인데. 마을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찬이 새별을 용서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아이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새별이의 잘못을 감싸줬던 것처럼, 찬의 마음을 보듬어준 어른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후 소중한 게 생겨도 또 잃을까 겁을 내는 찬이 안쓰러웠다.

어린 엄마와 자신을 버렸다고만 생각했던 지오의 아빠의 이야기도 아버지의 죽마고우인 유도 코치님을 통해 풀리게 된다. 유도를 포기할 정도로 지오의 엄마를 소중히 여겼지만, 결국 지오의 엄마도, 유도도 잃은 지오의 아빠. 선택의 순간은 너무나 짧고, 또 그 결과는 언제나 옳지는 않으며,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한다.

찬은 소중한 마음을 지오에게 주는 순간 지오도 잃게 될까 두려워 애써 지오를 밀어내지만, 무너질 걸 미리 두려워하던 아이 지오는 관계를 처음부터 튼튼히, 천천히 다시 쌓기로 하고 찬에게 손을 내민다.

| “그럼 지랄이지. 이래라저래라 네 마음대로 하잖아. 가까워지든 멀어지든 내 마음대로 할 거거든? 지금은 가까워질 거고."
이상하다. 가까워지겠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멀어지지 않겠다는 그 말이 나를 안심하게 만든다. (p.155)

그리고 지오는 지금껏 마을 사람들이 찬에게 숨겨왔던 또 다른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 “(...) 그러니까 너는 부모님에게서 지켜진 아이가 아니라 모두에 의해서 지켜진, 모두가 살린 아이야.”
(...)
"(...) 그날 온 마을 사람들이 널 지켰던 것처럼 이제 내가 너 지켜 주겠다고. 이 말이 하고 싶었어.” (p.157-158)

'누군가를 지키는 데 필요한 건 자격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 지오도, 찬도, 지오와 찬의 부모님도, 그리고 새별과 주유,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각자의 마음을 담아 서로를 지키고 싶어 했던 게 아닐까. 그 진심이 비록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하는 선택이 항상 옳지는 않더라도, 그 마음까지 옳지 않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 속마음을 듣는 사람일지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 지오와 찬은 뜨거운 이 여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

책의 제목처럼, 뜨거운 여름날 파란 하늘 아래 한없이 푸르른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펼쳐지는 눈부시게 빛나는 두 청춘의 이야기가 여름을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뜨겁고 아릿하다. 아저씨를 아빠라고 처음 불러 본 지오도, 새별을 용서하게 된 찬도, 마음의 평안을 찾은 듯하다. 여름을 싫어하는 찬을 위해 기꺼이 여름을 한 입 먹어주는 지오.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할 모든 계절 중 가장 찬란하고 벅찬 여름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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