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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다. 이건 오랜된 내 습관이다.
작가의 말에
'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다.
그것은 마지막 선거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 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랑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찼다."였던 것 같다.'
이말은 이 소설 도가니에 그대로 나온다
그 괴성이 그들이 낼수 있는 그들이 그자리에서 할수있는
유일한것이라는것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
'거대한 흰 짐승이 바다로부터 솟아올라 축축하고 미세한 털로 뒤덮인
발을 성큼 성큼 내딛듯 안개는 그렇게 육지로 진군해왔다.
안개의 품에 빨려들어간 사물들은 이미 패색을 감지한 병사들처럼
미세한 수증기 알갱이에 윤곽을 내어주며
스스로 흐리멍덩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강인호는 모든걸 덮고 빨아들일수 있는
안개와 함께 무진으로 온다.
너무나 짙은 안개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이 깔고 있는 복선이다.
진실을 은폐할수 있을 정도의 안개가
무진시 전체를 삼킨수 있다는...
그후로 자애라는 말은 이 책 전부를
대표할 만큼 많이 등장하고
사건의 중심에 선다
그리고 강인호는 들이 붙는 듯이 내리는 가을 비와 함께
무진을 떠난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
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
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서유경이 강인호에게
보낸 멜이 무진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홀더. 영어가 아니야. 홀로 더불어라는 우리말이야
그러니 홀로 서로 더불어 산다. 뭐 이런 뜻이야.
.....
아이들에게
이 일이 있기전과 이 일이 있은 후 가장 변한게 뭐니?
라고 물었더니
민수가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거요"
이 부분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
언제나 똑같이 사람은 소중하다
많이 가졌거나 적거 가졌거나
나이가 많거나 작거나
누구나 우리는 다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사는데 이들에게는 그걸 알기까지
너무나 많은 걸 잃었다,
그래서 눈물이 줄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