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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사냥꾼 ㅣ 풀빛 그림 아이
김민우 지음 / 풀빛 / 2022년 7월
평점 :
녀석들은 꼭꼭 숨어 있어.
여러분들은 꼭꼭 숨은 녀석들을 찾았나요?
얼마나 많이 찾았어요?

장난기 가득한 이 책의 두 주인공에게는
골목도 집도 아파트도 숲도 나무도 꽃도
모두 괴물이 숨어 있는 장소죠.
심지어 담벼락까지요.
주택 담벼락에 숨은 괴물이 보이나요?
동그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는 괴물,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는 괴물,
굴뚝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괴물의 형체.
두 주인공은 날마다 괴물을 만나서 옷이 흠뻑 젖을 때까지 싸워요.
전설의 괴물 사냥 아이템을 장착하고요.

집은 언제나 엉망이고
힘들어하는 엄마·아빠를 외면한 채 날마다 괴물과 싸우지요.
어른들에게 혼나고 제발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런 것이 소용이 없어요.
괴물과 싸우는 두 주인공의 몸짓과 표정을 한 번 보세요.
세상을 다 정복하고 말겠다는 느낌이 들지요?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스트레스는 다 날아가고
속이 시원해지잖아요.
점점 자라면서 형에게는 괴물들이 자주 보이질 않아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일 겁니다.

그렇다면 왜 형은 점점 괴물을 잘 볼 수 없을까요?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거예요.
학교를 마치면 방과후 수업도 들어야 하고,
이곳저곳 학원도 가야 하지요.
그걸 다하고 나면 시간이 얼마 없어요. 놀 수 있는 시간이요.
거기다가 더 재미있고 중독이 강한 기계를 접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니 점점 시간이 없어지지요.
그래서 동생에게 괴물들의 약점을 알려주지요.
자신이 알고 있는 괴물과 그 괴물의약점을요
지금은 형보다 동생이 더 괴물을 잘 보고 잘 찾아요.
형은 보이지 않는 괴물을 동생과 함께 맞서 싸울 수 있게지요.
어린이였을 때 우린 모두 호기심 천국이었을 겁니다.
내 손에만 오면 대체로 망가지는 장난감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부서졌던 그 수많은 장난감
궁금했던 거지요.
그래서 그것이 무엇이든 만져보고 들춰보고 풀어봐야만
했던 거지요
어릴 때 어른들은 이런 나를 보고
‘니 손에만 가면 다 망가지니?’
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런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에게 많이 했던 말도
이거였던 것 같아요.
‘니 손에 가면 온전한 게 없네.’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을 다 잊고 사나 봐요.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는 건 이렇게 신나게
괴물을 찾아내고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아이를
만나는 순간에 기억이 나는 걸 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