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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트 린드그렌 선생님의 글에 마리트 퇴른크비스트가 그림을 입혀 만든 그림책이에요
린드그렌 선생님 하면 생각나는 게
삐삐롱스타킹이랍니다
내가 어릴 때 TV에서 방송 된 말괄량이 삐삐!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고 통쾌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죽박죽 별장에서 살고 있는,
빨간 머리와 주근깨를 가진 소녀 삐삐의 이야기.
잉거닐슨이 활약하면서 만든 삐삐캐릭터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상상이며 꿈이며 미래의 희망같은 거였답니다.
"삐삐
삐삐를 부르는 환한 목소리
삐삐를 부르는 상냥한 소리
삐삐를 부르는 다정한 소리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
들쑥날쑥 오르락내리락 요리저리 팔딱팔딱
산장을 뒤흔드는 개구쟁이들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어제도 말썽 그제도 말썽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요?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귀여운 말괄량이 삐삐 삐삐“
얼마나 많이 따라 불렀던지 아직도 기억이 나는 그 노래
어릴 때 꿈을 꾸었지요. 어른이 되면 저 나라에 꼭 가봐야겠다는
허황된 꿈이었지만 뭔가 가슴을 벅차게 하는....
그래서 5년 전 스웨덴으로 날아갔답니다. 무려 15일 동안을요
글을 쓴 린드그렌 선생님은 안 계시지만
선생님이 나고 자라서 글을 쓴 곳 그리고 삐삐를 보고 싶어서요.
스웨덴의 구시가지를 발로 종일 걸어 다녔던 기억을 안고.
이 책 어스름 나라를 만나봅니다.
어스름 나라에서는 어스름 녘에 백합아저씨와 함께 어스름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예린의 이야기입니다.
예린은 아픈 다리 때문에 하루 종일 집안에 있어요. 자기방의 침대에서 해가 뜨고 해가지는 것을 창을 통해 본답니다.
그런 예린에게 책을 읽는 것은, 블록 쌓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유일하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혹은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을 했을 것입니다. 밖을 훨훨 걸어 다니는 상상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어느 날 자신에게 다가왔요. 백합줄기아저씨와 함께.
그렇게 어스름 나라를 드나들게 됩니다.
어스름 녘은 현실에서 보면 어쩌면 찰나의 순간인지도 몰라요
길지 않은 아주 짧은 그 순간 작가는 예린에게 무한한 상상을 주며
무한한 희망을 주고 싶었을 겁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과 용기,
어스름 녘이 지나면 곧 캄캄해질 테니 그 짧은 순간에 걷고 뛰고 날고 ...
뭐든 할 수 있게 했을 겁니다.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


그림을 그린 마리트 퇴른크비스트는 린드그렌선생님의 글을 그림으로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표지의 그림을 보면 예린은 조금은 지치고 피곤하고 외롭고 쓸쓸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책을 보고 있어요.
마지막 장면을 보면 같은 공간에 같은 자세이지만 예린의 표정은 확 달라졌어요. 밝고 웃음을 머금은 그러면서 전체가 편안해 보이지요.
어스름 나라 여행을 하는 동안 예린은 자유로웠으니까요.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도시의 집들은 하나씩 불이 밝혀지겠지요.
글과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감동시키는 ‘어스름 나라에서’
스웨덴의 여름밤을 백야라고 하지요
해가 져도 깜깜하지 않고 어스름한 시간과 공간,
저도 그 백야를 보면서 무한한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스름은 어둠도 밝음도 아닌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대로 이뤄질 것 같것든요.
그것은 어스름이라는 그 시간적 공간적 개념이 주는 환상이겠지요.
어스름 나라에서처럼요.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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