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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은 알지요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월간지에서 김향이 작가에 대한 글을 읽어 보고 읽고픈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들고 처음 본 것은 이오덕님의 추천서이다.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교육이 관심이 있는 터라. 그 분의 추천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읽어가면서 나오는 풍부한 우리 말들. 처음 들어보는 말들도 많이 나온다. 얼크러져서 허퉁스러웠다. 안들머리. 보꾹 고즉넉한 깝신거렸다. 우듬지. 헤살을 놓았다. 앙감질 자우룩이, 등 어쩜 이런 우리 말들을 이야기에서 이렇게 맛나게 요리해 놓으셨는지 작가님은 대단하다. 정말 우리 말은 꼽씹어 볼수록 맛이 나는 현미밥같다. 하얀 쌀밥은 번지르레 기름이 흐르는 것이 맛나 보이지만 몸에는 이롭지 못하고 현미밥은 쌀밥에 비해 윤기가 떨어지고 거칠어 보이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우리 말 같다.
자꾸만 우리 말들이 사라져 간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우리말들이 있는데 물론 어스푸레 문장 속에서 이해하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럴수록 우리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수묵담채화같은 그림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
이 이야기는 아빠 엄마 없이 할머니와 사는 송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송화는 할머니가 무당인 자기 처지가 싫어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자기와 처지와 비슷한 영분이와 비밀을 나누게 되며 친해진다. 영분이는 집나간 엄마를 그리며 술주정뱅이 아빠와 아직 어린 동생과 살고 있다. 송화는 아빠 엄마 얼굴도 모르고 사는 자신보다는 영분이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영분이의 아빠가 돌아가시고 영분이는 엄마 따라 서울로 가서 살게 된다. 영분이를 그리워 하던 송화에게도 소식 없던 아빠가 돌아오시고 송화도 할머니와 함께 인천으로 떠나게 된다. 고향에 내려가 마직막으로 통일굿을 하는 할머니의 장면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짓는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거기에다 어우러진 예쁜 우리말하며.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말이 마음에 걸린다. 소식 없던 아빠가 갑자기 돈을 많이 벌어 송화를 인천을 데려간다는 결말. 송화가 새터초등학교에 볕고개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송화의 순수함과 여린 감성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런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