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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초 '북한을 미화해서 표현했다.'라는 논란을 일으킨 현빈,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 이란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봤었다. 왠지 모르게 제목만으로 재미가 있을듯한 책이라 0.0001초의 고민도 없이 서평단에 응모했던 바로 그 책!

이 책을 펼치고, 덮을 때까지 이 책은 소설인가, 현실을 담은 에세이인가.
직장인의 일기인가.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렇다.
이 책은 아주 리얼한 한국의 현대 소설이다.
한 회사의 막내였던 '시준'의 증발로 보는 '직장 내 괴롭힘'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돌아가신 엄마처럼 살고 싶어
로스쿨을 포기하고 NGO 단체에 취업한 '혜진'의 이야기로 보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계산 빠른 남자친구 '성빈')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무능한 앤드류 선배와 함께 일하게 된 '지연'의 고군분투
반려견 '코코'와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가족 돌봄 휴가'를 신청하는 '선우' 등

아마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한 번쯤은 겪었거나, 탕비실 또는 블라인드에서 접했을만한
주제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본인의 개인적인 업무를 부탁하는 상사, 일 못한다고 후배 직원의 콤플렉스를 들먹이며 나무란 상사,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녀 직원의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자처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말에 꼬리 내리는 내용들.
지금이 AI와 메타버스를 논하는 시대가 맞는지 싶은 주제들이지만,
여전히 1980년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분들을 리얼한 상황으로 재밌게 풀어주었다.
모든 케이스들이 너무 공감되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엉덩이에 쥐가 나는 지도 모른 채 몰입해서 읽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였다.
이 챕터에 나오는 주인공 '혜진'은 의사 부모님을 둔소위 금수저 집안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국경 없는 의사회' 활동을 함께 다니며 봉사정신을 배우고 익혔다. 그러던 와중에 혼자 떠난 의료봉사에서 어머니가 사고사를 당한다. 대학교 4학년이 된 혜진은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NGO에 입사한다. 돈이 목적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을 한 혜진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기업보다도 '돈'에 초점이 맞춰진 현실에 본인이 꿈꿨던 이상과의 괴리에 매일 괴로워한다.
이런 '혜진'에게는 다행히 '세연'이라는 절친이 있다.
"그러니까 그놈의 가슴 뛰는 삶 타령 그만하라고. 너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인내를 들이붓는 중요한
문제를 고작 심혈관 반응에 맡기면 되겠니? 그리고 직장에다가 끊임없이 가슴 뛰는 자극과 설렘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아? 혼자 실망하고, 그거 되게 질척대는 거다, 너."
이래서 어른들이 말씀하시나 보다. 인생에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친구 한 명만 있어도 그 인생은 참 성공한 거라고 말이다. 직장인들이여. 가슴 뛰는 삶은 병원을 가야 한다. 마치 코로나 백신 부작용처럼 말이다.
회사는 그냥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곳이다.
회사의 임원이 되겠다는 큰 포부가 있지 않다면, 현실과 이상의 갭을 하루빨리 알아차리길 바란다.
여기에 더해 다른 이슈도 살짝 이어진다. '혜진'에겐 3년 만난 남자친구 '성빈'이 있다.
이성에게 관심 없던 아들이 오랜 기간 교제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궁금하다며 집으로 초대하는데 ...
이다음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조용히 읊조리게 될 거다. 이런 신발, 식빵, 열여덟이라고 말이다.
이 외에도 모든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주옥같다.
출, 퇴근길에 독서하고 싶은데 마땅한 책을 못 찾은 분
'같은 돈 받고 왜 나만 더 일해야 해?'라는 의문을 가지신 분
책장에 있는 BTS 굿즈와 어울리는 책을 찾는 아미분들
모두에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