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다산의 경구
정조: 말니 마치(馬齒) 하나둘 이리(一二)
다산: 닭의 깃이 계우(鷄羽) 열다서 시오(十五)
- 여기서는 음독와 훈독이 어우러져 정조와 다산이 이 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정조: 보리 뿌리 맥근맥근(麥根麥根)
다산: 오동 열매 동실동실(桐實桐實)
- 여기서는 매끈매끈과 둥실둥실의 의태어를 음독과 훈독까지 제대로 표현했으나 정조가 선창 다산 선생이 후창을 했는데도 매끄럽게 이어간 부분이 소위 말하는 소울메이트의 수준까지 다다랐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조: 아침 까치 조작조작(朝鵲朝鵲)
선생: 낮 송아지 오독오독(午犢午犢)
정조: 연못 위 붉은 연꽃 내가 점을 찍었네(池上紅荷 吾與點也)
선생: 전각 앞 푸른 버들 다 드리웠다 하네(殿前碧柳 僉曰垂哉)
- 이 부분의 마지막에선 한시의 융합까지 이루어져 소위 ‘방점을 찍다’의 묘미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정조와 다산 선생의 식견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군신 간 허물없는 농담이 가능하게끔 철저히 신하를 교육하고자 했던 봉건군주 만천명월주인옹 정조의 너그러움과 군신간의 관계를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절대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다산 선생의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용솟음침을 느낄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