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전서를 독함 창해 최익한의 다산 3부작 교주본 1
최익한 지음, 류현석 엮음 / 21세기문화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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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당전서]는 [여유당집]과 [열수전서]에서 비롯되었다. 정인보는 다산서세100년기념회를 다산 생신일에 개최하여 결국 ‘생신100년기生辰百年忌’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업성은 당시에도 학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니까 시중의 다산론자들이 아직까지 왜곡하며 떠벌이고 있는 ‘(서세) 100주년’ 따위는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다산 연구는 일본인도 적극적으로 호응하였다. [여유당전서] 출판 기념회의 발기인은 일본인은 물론 친일 민족개량주의자들이 다수를 이루었다. 그 와중에 사회개량주의자 최익한崔益翰은 극히 희귀한 존재였다.

본고는 현재까지 알려진 다산 정약용의 생애에 대해서 정조와 관련된 일화를 중심으로 살펴봄과 동시에 운봉 류현석 선생의 교주본의 대중적 의의 및 역할을 중심으로 논해 보고자 한다.


정조와 다산의 경구

정조: 말니 마치(馬齒) 하나둘 이리(一二)

다산: 닭의 깃이 계우(鷄羽) 열다서 시오(十五)

- 여기서는 음독와 훈독이 어우러져 정조와 다산이 이 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정조: 보리 뿌리 맥근맥근(麥根麥根)

다산: 오동 열매 동실동실(桐實桐實)

- 여기서는 매끈매끈과 둥실둥실의 의태어를 음독과 훈독까지 제대로 표현했으나 정조가 선창 다산 선생이 후창을 했는데도 매끄럽게 이어간 부분이 소위 말하는 소울메이트의 수준까지 다다랐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조: 아침 까치 조작조작(朝鵲朝鵲)

선생: 낮 송아지 오독오독(午犢午犢)

정조: 연못 위 붉은 연꽃 내가 점을 찍었네(池上紅荷 吾與點也)

선생: 전각 앞 푸른 버들 다 드리웠다 하네(殿前碧柳 僉曰垂哉)

- 이 부분의 마지막에선 한시의 융합까지 이루어져 소위 ‘방점을 찍다’의 묘미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정조와 다산 선생의 식견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군신 간 허물없는 농담이 가능하게끔 철저히 신하를 교육하고자 했던 봉건군주 만천명월주인옹 정조의 너그러움과 군신간의 관계를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절대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다산 선생의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용솟음침을 느낄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운봉 류현석 선생의 열정과 투지가 빛나는 옥고다. 창해 최익한 선생의 [여유당전서를 독함]을 3번을 베껴쓰고 30회독을 했다는 사실은 약 150면에 다다르는 [여유당전서를 독함]의 양으로 미루어 보아 세간의 웬만한 강사보다도 다산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법한 열정이다. 또한 필답형 답안을 작성해 본 입장으로서 10면 혹은 20면을 필사하는 것만 하더라도 온몸에서 비롯된 거부감과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나, 운봉 선생은 이뿐만 아니라 관련 논문 자료를 참고함과 동시에 그 내용을 빠짐없이 [여유당전서를 독함](교주본)에 융화시켜 놓았다. 이는 기존에 존재했던 여유당에 관한 고찰의 패러다임을 전체적으로 바꿀 법한 내용이었다. 이것은 창해 최익한 선생이 꿈꾸고자 했던 다산의 이상사회를 재반성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인륜의 도가 사라진 지금 필요한 인문학적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사견

현재 철학사라고 한다면 서구철학 중심으로 논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하는 시점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식견이 1776년 토마스 제퍼슨이 미국독립선언서를 작성하였을 때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루소의 사회계약설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으며, 다산 선생의 경세론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비견될 만한 식견을 제시했다는 점이 결코 동양철학이 서양철학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쾌거와도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남운 선생의 <정다산의 사상>에서 공상적인 사회주의적 이론이라는 비판도 있었거니와, 생각건대 다산 선생이 동물과 사람의 차별성을 강조한 부분에서는 최근 [위대한 수업]에서 ‘동물권리와 동물해방에 대한 공리주의적 철학’을 설명했던 피터 싱어와도 상반되는 면이 있어 당시 사상으로서는 최고의 보수적인 사상을 제시해 준 관료문인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운봉 류현석 선생의 교주본으로 하여금 다산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매우 감사하다.

**이 글은 컬처블롬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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