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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ㅣ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평점 :
처음에 나온 장면이 관도대전에서 승리한 조조가 업성을 차지하면서 세운 동작대 이야기가 먼저 나와서 잘못본 것이 아닌가 잠깐 흠칫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동작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삼국지 연의의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유비와는 다르게 저는 조조를 더욱 좋아합니다. 참된 행정가였고 정치가였으며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기 않고 끝까지 용병하여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여포도 그렇게 조조에게 패했고 원소도 그렇게 패했으며 촉마저 조조는 아니지만 위나라에 패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렇게 다 만들어 놓은 밥을 사마의의 자손들이 후루룩 먹었긴 했습니다만 그 기틀은 조조라고 봅니다. 마치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느낌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절대 본인의 내심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이후엔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거리낌없이 일본을 쟁탈합니다.
저는 이와는 별개로 동탁 이후의 서량태수였던 마등을 꽤 좋아합니다만 그 여생이 매우 드라마틱해서기도 합니다. 28. 눈물 속에 숨긴 발톱을 드러내다에서는 헌제의 밀명을 받든 마등이 조조를 치려고 했으나 내부고발로 실패합니다. 결국은 그들은 전부 처형당하지만 조조는 그보다 내부고발한 묘택을 인간쓰레기로 취급해버립니다. 지금도 마등의 묘는 허창에 있습니다. (해당 책. 79페이지 인용)
그러나 삼국지 연의는 유비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36. 천하도 도원결의 다음일 뿐이다에서는 관우와 장비가 덩달아 살해되자 그 분에 이기지못해 대군을 일으켜 오나라를 정벌하려고 했던 유비의 마지막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내 아우의 원수를 갚지 않고서는 비록 천하 강산을 모두 얻는다 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꺼내면서 오군을 정벌하려고 했지만 이릉 전투에서 그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책의 평가와 같이 유비는 본인의 그릇된 생각으로 촉의 마지막 북벌 희망마저 꺼뜨렸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마지막은 사마의의 일족이 천하를 통일한다고 하였는데 마지막은 사마소가 촉을 정벌하고 당시 위 황제 조예에게 선양의 형식으로 위마저 넘겨받습니다. 마치 헌제의 선양을 받았던 것 처럼 위도 응보를 당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 손호는 멸망의 길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유비, 조조, 손권이 아닌 제 3의 자 사마의가 가져버렸습니다. 세상 허무함을 느끼면서 저는 이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