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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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이와 루이코, 아에바 고손, 모리타 시텐의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읽었습니다. 일본 최초의 추리소설을 읽다는 문구처럼 일본 미스터리물의 시작을 다루는 작품집입니다. 뒷면의 책 소개를 보니 이 책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첫 권입니다.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는 일본 미스터리물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전집의 형태로 벌써 두 번 재 책 [단발머리 소녀]가 나와있어요, 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책의 디자인부터 살펴보면 상당히 심플하고 고전적이면서 깔끔한 느낌입니다. 앞표지는 가을 단풍이 생각나는 고운 주황색에 검은 비녀, 그리고 세로 제목이 인상적이구요. 뒤표지는 귀여운 검은 고양이 실루엣이 금방이라고 야옹 야옹 할 것 같아요.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읽으면서 책 끝을 많이 접었어요.

<구로이와 루이코>

1. 세 가닥의 머리카락

시체에 손에 남겨진 세 가닥의 머리카락..오모토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방법으로 다니마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찾아냅니다. 초기 과학수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그렇지만 나는 나대로의 생각이 있어.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실은 그의 생각 밑바닥까지 탐색할 요량으로 엎드려 추켜 줬더니 우쭐대며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꼴이라니. 웃기는 사람이야. 그가 경험, 경험하면서 경험으로 탐정을 한다면 나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탐정할 거야. p29-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신봉하는 오모토의 독백....인지만 알았는데 주절주절 떠들고 다녀서 엿듣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반전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을 통해 용의자를 찾아가는 과정과 경험을 통해 용의자를 잡아들이는 방법이 대결하는데 과연 범인을 잡는 사람은? 과학이냐/경험이냐 하는 쟁점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2. 법정의 미인

원작은 프레드릭 존 풀거스의 [떳떳하지 못한 나날(dark days)]로 여기서부터 일본 초기 소설의 흥미로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개화기 번안소설처럼 법정의 미인은 번안소설입니다.

-나는 한 번 읽고 가슴속에 기억되는 바에 따라 자유롭게 붓을 들어 자유로이 문자를 늘어놓았다.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부터 이를 끝낼 때까지 한 번도 원작을 살펴보기 않았다.....이렇게 해서 원작과 맞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취향 또한 맞지 않다. 이를 번역이라고 한다면 극히 부당하지만, 번역이 아니라고 한다면 또한 표절 혐의, 모방 경향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번역이라고 말해둔다. p70-

이런 번역을 호걸력이라고하며, '줄거리의 흐름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원문을 대폭 축약하거나 의역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문체로 새롭게 창작'하는 번역의 형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이름도 일본 이름과 외국 이름이 섞여있고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국제적입니다. 그 당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나름의 반전이 있어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부제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헌신 정도일까요?

3. 유령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오시오와 나쓰오가 가로메다라는 영국 마을의 한 절에서 결혼을 한다는 내용인데 문체도 내용도 상당히 정취가 있고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과연 유령으로 나타나는 것은 누구일지..또 얼빠진 짓을 하는 나쓰오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신랄해서 재미있습니다.

-흠. 상당히 이상하더구나.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하기는 예전부터 더할 나위 없이 지혜가 없긴 했지만 사람이 하는 말 정도는 알아들었는데, 저렇게 멍하니 있다니 이해가 안 되는군. p188-

 

<아에바 고손>

1. 검은 고양이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번안소설입니다. 뒷면에 검은야옹이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네요. 동물 학대하는 사람 나빠요.ㅠㅜ

2. 모르그가의 살인

역시 에드가 앨런 포의 번안소설입니다. 구로이와 루이코의 번안소설과 다른 점은 주인공 이름이 그대로입니다. 뒤팽씨의 활약을 그리고 있지만 원작에 비해 상당히 축약된 내용이라 연상에 연상에 연상을 잇는 뒤팽의 사고과정이 조금 아쉬웠어요.

<모리타 시켄>

1. 탐정 유벨, 원작은 빅토르 위고의 [내가 본 것들]

혁명 시대의 혼란과 인간의 신념을 그린 작품입니다. 유벨은 과연 동지인가 탐정인가? 탐정이라는 단어가 첩자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 흥미로웠고요. 마지막 문장을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고뇌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이번에는 주밀역으로 번역했는데 '빈틈 없이 잘 짜인 번역'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상 내용을 책의 내용을 전부 살펴보았습니다. 추리소설의 시작 플러스 번역의 형태를 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시리즈라 하니 2권, 3권도 기대됩니다. 일본 미스터리가 장르문학으로서 대단히 번성하고 있지요. 저도 일본 미스터리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트릭이나 글의 구성도 좋지만, 일본 미스터리 재미 중의 하나는 고전 작품을 인용하는 점입니다.

특히 요네자와 호노부의 경우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서 고전 미스터리 작품을 광범위하고 인용하고 있고, 고전부에서도 독초콜릿 사건의 구조를 가지고 오는 등 서양의 미스터리를 계승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엘러리 퀸을 계승한다는 작가만 해도, 아리스가와 아리스, 아오사키 유고(수족관, 체육관, 도서관의 살인-리디셀렉트), 노리즈키 린타로 등 최소 3명 이상이니까요. 이번 일본 미스터리의 근원을 찾는 [세 가닥의 머리카락]에서도 서구 작품의 영향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오귀스트 뒤팽과 과학수사의 오모토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점점 더 시리즈가 나오면서 홈즈와 엘러리, 크리스티 등 황금시대 작가들을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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