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책이 좋은 사람의 이야기다. 나도 그런 부류라서 이분의 얘기가 다 좋았다.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이랑 창가에 같이 앉아서 하염없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줄줄이 단점을 쏟아내면서도, 그래도 거기서 막 좋은 점을 찾고 같이 웃고. 막 그런 느낌.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사하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는 작가의 말이 참 근사했다. 백화점에서 수백만원어치 뭔가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무사하고 평온하고 여유롭다는 증거가 된다.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 내려도 백화점에서 비싼 물건은 살 수는 있지만,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참 신비로운 일 같다.장례식 다음 날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고통에 자기 발로 설 수 없을 때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에 너무너무 공감했고, 사람들이 쫓기지 않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모두가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램도 참 좋았다.깊은 터널을 지나오면서, 내 상태를 체크하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을 읽을 수 있는가 였던 것 같다. 첫 한해는 읽을 수 없었고, 그 다음 해부터 책을 다시 펼쳤던 것 같다. 나는 어쩌면 훨씬 전부터 괜찮았구나, 다시 한 번 지나온 시간을 더듬었다.우리 아이들도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딱 그 나이에 읽어야할 책들만이라도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