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이들 -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유현정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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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카운슬러였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는 작가의 말이 무척 좋았다. 종이를 빼고 추억을 얘기할 수 있을까.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에 매일매일 그렇게도 열심히 써내려간 추억의 페이지들이 떠올랐다.
나는 (심각하게) 잘 버리는 사람이라서 그 추억들이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모든 것을 쏟아놓을 수 있는 종이가 있었기 때문에 삶의 고비마다 주저앉지 않고 지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금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시 들여다볼 용기는 없지만, 내 삶의 많은 순간들을 종이에 기록한 것은 그때의 지금을 살아내는 무척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진하게 느꼈다.

늘 우리 일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 가치를 잘 모른다. 종이도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핸드폰으로 대체되어버린 다이어리를 사고 싶었고, 쓰다만 필사노트도 다시 꺼내보았고, 이것저것 끼적거리다만 메모들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냥 지나가버릴 우리 삶을 훨씬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갈수록 SNS가 종이를 대신하게 되어가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은 종이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의 재발견이 소소하게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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