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일을 오래했다. 잘 차려입은 말끔한 내 모습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더러 있었다. 사람이 참 빙산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 일각을 최대한 다듬으며 다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살고 있구나 싶었다. 내 겉과 속의 어마무시한 차이를 느낄 때마다 불편했고 싫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내면의 보이지 않는 큰 부분은 신기하게도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때로는 타인에게,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울타리 안에 흔적을 남긴다. 예전보다 훨씬 완벽하게 그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도망가거나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인식할 줄 알게 된 것 같다.내 안에 얼마나 큰 다른 면들이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우리는 남에게 있는 티클은 엄청 잘 찾아내고 나에게 있는 들보는 감출 수 있는 대단한 능력자들이라서.(최승현작가님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