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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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말은 다만 판타지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그저 자신을 온전히 아끼고 사랑해주는, 기댈  있는 존재가 아닐까. 물론 도발레에게 있어 아버지는 부조리한 폭력의 뿌리였기에 그런 선택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다만 그게 바로 피가 섞였단 이유만으로 애정이 절로 싹틀  없음의 방증이 되기도 한다. 실상 10 소년이었던 도발레는 스스로도 용납할  없는 선택을  자신을 용서할  없었고, 동시에 크나큰 상처를 주고 나서도 홀로   없어 아버지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경멸하고 말았다. 죄책감과 자기혐오 속에서 30년을 아버지와 함께 보내야했던 그의 삶은 그렇게 돌이킬  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가 아비샤이와 함께 나눴던 우정도  편의 연극일 뿐이었다. 홀로 무대에 올라 낯선 이들을 웃겨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그가 아비샤이와 힘겹게 쌓아올렸던 관계는 혼자만의 쇼나 다름없었다. 그가 겪는 고통을 방관하며 철저히 무관심했던 아비샤이의 모습을 목도하는 순간, 도발레는 처절히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가꾸려고 애썼던 우정이 얼마나 우스운 거짓말이었는지를. 허나 그는 자신의 상처를 빌미 삼아 아비샤이에게 복수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가 아비샤이를 초대한   삶의 고통에서 일말의 의미라도 남기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그는 이미 삶의 부조리한 고통과 불공평한 조건에 대해 몸소 겪었고, 심지어는 마지막까지 고통 속에서 외로이 죽어갈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내  친구에게 내민 손은 또다른 고통받는 존재에게 진정 위로를 주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빛을 발견하게 만든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없는 숙명이지만  과정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할  있을  아니라,  고통을 직시하고 드러냄으로서 타인의 내면을 두드리는 순간을 만들 수도 있음을. 실상 그가 아비샤이에게 보게  내면풍경은 흔해빠진 말로는 설명 못할 저릿한 충격을 주었다. 허나  속엔 아비샤이를 깨어나게  진실이 숨어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야  그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테고, 그건 읽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결을 달리하며 다가올 것이다. 하나 분명한 점은 다비드 그로스만이라는 놀라운 작가의 작품을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책을 펼친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인간의 깊은 밑바닥까지 훑어내리는 시적 비유와 섬세한 내면묘사는  문장  문장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읽는 내내 감탄했고, 이야기 자체가 갖는 흡인력으로 미친  빨려들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겠으나, 독서를 통해 새로운 작가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하지 않을  없을 만큼 내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인생이란 이렇게 되고 마는 거야.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그 인간을 좆같이 망쳐버리지.

저 사람한테 잘해줘, 엄마가 다시 내 귀에 대고 말했어. 모든 사람이 짧은 시간만 살다 간다는 걸 기억하고, 그 사람들이 그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줘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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