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아이
다케미야 유유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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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가 살짝 판타지적이 지지만 청춘몰에 우정이라고 하니 막연히 재밌겠네? 요즘 너무 활자를 읽지 않았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을 보고 중학생 아들이 읽어 보고 싶다는 걸 엄마부터 서평 써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먼저 읽었는데 사실 처음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반전이 옵니다.

소설은 인물에 대한 서사가 끝나면 그때부터 재밌기 마련이죠. 그런데 인물을 제가 가늠을 못하겠는 거예요. 상상 속의 인물? 판타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 파악이 끝나는 순간이 오면 몰입이 오면서 마지막엔 깊은 여운이 남는.. 왜 많은 분들의 기대와 추천이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네요. 중학생 둘째도 읽고, 방학엔 대학생 큰아이에게도 꼭 추천해 주려고 해요. 특히 감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특대문자 T인 큰아이는 꼭 읽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답니다.

책을 읽으실 분들은 아래 리뷰는 읽지 않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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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속의 왕자님 같은 17살 수수께끼 소년 카무이와 평범하지만 왠지 우울해 보이는 17살 고등학생 고타로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다리 위에서 만나 잠깐의 해프닝으로 서로를 인지하게 되는 두 소년은 학교에서 유학생과 같은 반 친구로 다시 재회하게 되지요. 총 3부로 나누어진 이야기 속에서 1부는 고타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이어집니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좀 많이 힘든 것 같아요. 물론 아픈 사람이 가장 힘들겠지만 그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동생이 아프고 내가 투정 부릴 수도 없고, 나는 뭐든 스스로 잘 해내야 하는 평범하고 싶지만 집안에서는 이해하고 받아들어야 하는 입장인 고등학생 고타로. 사춘기 소년이 될 때까지 고타로의 삶 역시 애잔하더라고요.

다행히도 고타로의 가족은 사랑 충만하기에 감사했고 극적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ㅎ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전지적 독자 시점이었나 봐요.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고타로는 카무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아요. 하지만 17살의 '청춘'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카무이는 고타로와 가까워 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결국 가까워지고 말겠죠? ^^

학교에서는 재수 없는(?) 1등 소녀 도모에라는 친구가 등장합니다.

그 소녀는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절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요.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고타로만은 예외입니다. 물론 병원에서만요!

그런 도모에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카무이는 고타로에게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도모에도 우정을 함께 쌓게 도와주자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만 진심이 담긴 관심과 애정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카무이는 이런 고타로의 마음을 알았고 도모에도 분명 자신처럼 감동받을 거라 여깁니다. 저는 그냥 마음 착한 카무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좀 오지랖 넓은 때 묻지 않는 순수 소년이란 생각.

"얼마나 따뜻할까, 얼마나 안심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곳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같은 슬픔과 같은 괴로움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천하고 마치 처음부터 그러한 형태의 동물이었던 것처럼 둘이서 하나의 생명이 되어.. (p.173)"

고타로는 생각하지만 결국은 이건 이상향에 가깝다 생각해 버리지요.

고타로의 동생은 심장이식 수술만이 답인 경우였어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나의 행복에 남의 희생이 바탕이 된다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힘들어하지요. 그에 카무이는 아무렇지 않게 남을 돕기 위해 잃는 것은 가치 있으며 둘 다 구원받는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도대체 카무이는 어떤 아이일까란 생각을 했어요. 스마트폰도 모르고 마치 AI처럼 묻는 말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고 그런데 고타로 동생에게는 마치 다른 아이처럼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소년. 혹시 로봇? 판타지?

2부는 도모에와 카무이 그리고 고타로의 청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제일 반짝거리는 열일곱 살, 즐겁고 동시에 바보 같고, 시끄럽고, 교복을 입고, 가방을 갖고 학교에 하교, 연애를 하고 고백을 하고 학교 축제를 즐기는 청춘.

그 들에게는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있었고, 고타로와 도모에 부모님이 있었고 의지하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늘 옆에 있었기 때문에 17살의 청춘은 찬란했던 것 같아요.

2부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카무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마침내 고타로가 진심을 숨기고 살는지 이야기하며 진짜의 모습을 드러내자 카무이 역시 본 모습을 내 보이기 시작합니다. 카무이는 평생을 세뇌당하는 환경에서 살아왔고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았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꺼내 보입니다.

다시 상기시켜도 이건 분노와 슬픔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끓어오르네요.

카무이와 고타로의 우정과 그들이 선택한 모습은 ..........

정말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흔한 청춘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는데.

아주 오래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무릎 딱지라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 작가님은 어떤 분이실까? 내 영혼을 단번에 끄집어 내시는 거지? 했던 기억이 나요.

이 책의 작가님이야말로 사회문제인 장기기증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영혼이 탈탈 털릴 수 있는 감동과 울림을 주는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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