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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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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의 작고 환한 방', 2부 '산책하는 기분',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로 구성돼있는 책은 작가가 어떤 세계를 살아왔고 또 살고있는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담고 있다.

1부를 읽는 내내 언덕 위의 동네에서 편리하지만 복잡한 서울생활 대신 조금 불편할지라도 정겹고 '사는 냄새'나는 삶을 사는 작가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또 그 동네에서 지내며 작가가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해 낸 깨닳음들에 나 또한 '아,그럴수도 있겠구나' 배워가는 것들이 많았다.

2부에서는 작가가 처음 반려견 봉봉을 만나 사랑을 느낀 순간부터 봉봉이 떠나고 난 후의 시간까지가 담겨있다.

나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기 가장 두려운 이유 중 하나가 예정된 이별의 순간 때문인데, 모든 생명체는 유한한 존재이니 언젠가는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을 겪어야만 할테지만 반려동물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 특히나 빨리 흐르기도 하고 상실의 아픔을 더 보태기 싫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봉봉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슬픔을 배우고, 이를 극복하고 일어나 다시 걷는 작가를 보며 한 생명과 함께한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하고 용기있는 일인가를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3부에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이십대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나'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고, 쉬운 해결책인 허무와 좌절 대신 더디게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에도 동참하고 싶다.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긴 문장들에 감탄하기도, 공감하기도 하며 나 역시 사랑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충만함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바쁜 일상 속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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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p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가 어딘다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102p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존재는 사랑을 줄 줄 안다.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내 안에도 사랑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다.

봉봉이 먹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목숨을 잃을까봐 먹지 못하게 막거나 고통스러워 하는데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만 할 때,

자유의지를 주었다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누구보다 사랑한다면서 때때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시련을 주는 신의 뜻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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