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서민아 옮김, 놀)



첫 페이지에 나오는 '바다유리'라는 단어로부터 이 책의 느낌이 전해졌다.

'유리병이나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다에서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모래에 깍여 매끈하고 영롱한 보석같은 형태가 된 것'이 바로 바다유리인데 이것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보통 20~30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거칠고 다듬어지지않은 인간이 성숙하고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간과도 비슷하다. 이렇게 낯선 단어로부터 시작한 이 책은 바로 팀 보울러의 소설 「속삭임의 바다」다.


팀 보울러는 수상경력이 화려한 아동 및 청소년 도서 작가다.

「속삭임의 바다」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드 블러드 차일드에 이은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보통 '심리적이고 신비로우며 철학적인 모험이 겸비된 스릴러'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헤티와 외딴 섬 모라를 배경으로 하여 어두운 시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헤티는 바다유리를 통하여 얼굴이나 상황들을 본다고 주장하는 어린 소녀로서 모라섬의 어른들에게는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헤티는 바다의 속삭임을 듣고 처참한 폭풍 가운데에서 '깊은 곳에서부터의 거친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난파된 배에서 한 노파가 구조되는데 헤티는 그녀와 신비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녀의 예지력과 예감에 흥분하면서, 주인공인 헤티는 '그녀는 단지 나를 찾기 위해 모든 일을 겪은 것 같다'는 자신의 신념에 의거하여 행동할 용기를 찾게 된다.

 


헤티와 모라 섬의 노인들을 보면 마치 오늘날 한국사회를 보는 것 같다.

그 어떤 국가보다도 급변하는 정세 가운데 급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에서 일제치하와 전쟁을 겪으며 단단해진 기성세대와 인터넷과 풍요로움 가운데 부족함 없이 자라난 요즘 세대와의 갈등의 모습이랄까.

나 역시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세대로서 기존의 것을 지키면서 새로운 틀을 세워나가는 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어진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만큼 안전한 것이 없지만 또 그것만큼 무미건조한 삶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헤티가 모라섬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이유가 아닐까.



「속삭임의 바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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