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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마리아 -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
헨리에타 헤인즈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사를 읽다 보면 다양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고 급격한 변모를 초래하는 현상은 아마도 혁명일 것이다. 가장 유명한 혁명을 꼽자면 영국 혁명,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일 것이다. 이 세 나라는 (절대)군주정이 무너지는 결말을 공통적으로 맞이했다. 세 국가의 혁명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또 다른 유사점이 보인다. 당시 세 나라의 군주 모두 정부(情婦)나 여자문제가 일절 없었고, 대개 우유부단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의 아내인 왕비(혹은 차리나)에 대한 여론이 당시 매우 안 좋았으며, 때로는 성적이고 악의적인 왜곡선전까지 당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당시의 왕비들은 흔히 악녀로 비친다. 하지만 실상도 정말로 그랬을까? 혁명사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왕비들을 알기 위해서는 전기를 참고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헨리에타 마리아: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는 헨리에타(영국 청교도혁명 당시 찰스 1세의 왕비)의 목소리를 가까이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헨리에타 헤인즈는 전기 작가로, <헨리에타 마리아: 혁명을 삼킨 불굴의 왕비>를 1921년에 집필했다. 역자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1900년대 작품 중에서 헨리에타 마리아의 공과를 분별하고 그녀의 일생을 가장 생생히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말대로 헤인즈는 왕비의 주변인의 회고록, 서신, 왕비 본인의 편지를 참고하며 헨리에타 마리아의 삶을 묘사했으며, 때로는 직접 왕비의 표현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헨리에타 마리아는 앙리 4세의 막내딸로 태어나 프랑스 왕실의 공주로 자랐다. 영국의 왕 제임스 1세가 정한 약혼에 따라 그의 아들 찰스 1세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낯선 나라 영국으로 건너 와 찰스의 측근 버킹엄 공작과 갈등을 빚게 되면서 초반 결혼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으나, 버킹엄 공작의 사망 이후에는 부부의 사이가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정략결혼 치고는 꽤 행운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영국은 종교적 분열이 심각한 나라였으며, 가톨릭 왕비의 등장은 청교도들에게 종교개혁 이전으로 회귀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다. 찰스와 헨리에타의 실책으로 스코틀랜드의 반란에 이어 청교도 혁명이 발생하게 되고, 헨리에타는 고국으로 피난 가 그곳에서 남편의 사형소식을 듣게 된다. 수녀원에서 슬픔의 시간을 보낸 헨리에타는 이후 청교도 혁명을 이끈 크롬웰의 사망으로 아들인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르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그녀도 천수가 다해 곧 사망하게 된다.

헨리에타 마리아의 전기에는 그녀의 인생뿐만 아니라 영국의 당시 종교 문제, 찰스 1세가 저지른 실책, 영국의 문제를 놓고 헨리에타가 백방으로 구원을 요청하면서 나타난 로마 교황청의 입장과 프랑스 왕실의 입장 등 역사적, 외교적인 면도 드러나 있다. 그만큼 배경지식이 있어야 읽기 쉬운 책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영국혁명사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개론서에 나오는 지식으로도 이해하는 데 크게 무리는 없으며, 역자님이 텀블벅 펀딩 리워드로 제공해주신 요약본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요약본 내용이 너무 좋아서, 부록으로 따로 출판한다던가 아예 본편 말미에 덧붙여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영국 사회는 생각보다 더욱 종교적인 사회였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였던 헨리에타 마리아의 입장에서 본 역사라 더욱 종교적으로 보인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 청교도혁명 역시 종교 분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영국혁명에서 헨리에타가 차지하는 위치는 생각보다 (비공식적인 위치에서)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헨리에타 마리아는 정치에 강력하게 개입했던 왕비는 아니었지만, 프랑스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개인적인 인맥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했던 왕비였다. 헨리에타의 이러한 노력은 비록 대부분이 실패했지만(...) 왕정제에서 공주/왕비가 어떤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헨리에타 마리아의 개인적 일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어도 좋지만, 영국혁명의 다른 면모 혹은 배경지식을 좀 더 늘리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론에서 언급했던 혁명기 다른 왕비의 전기-베르사유의 장미라든가-와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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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채희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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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에서부터 인문과학으로서의 역사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미지의 부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예술로서의 역사를 주장하는 로렌스. 하지만 그 자신도 결국 1920년대의 카이사르를 그려낸 것이 아닐까. 사적인 서술도, 과학적인 서술도 빠진 곳에는 훌륭한 소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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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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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사, 궁중문화, 비빈계급, 비빈이 관련된 역사적 사건의 전말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느 비추합니다. 정사 일부에 야사가 대부분인 것 같고 이 책으로 중국사를 공부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단순히 중국 야사, 황제의 성생활이 궁금하다는 분께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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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거짓말 - 삶의 진실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프랑수아 누델만 지음, 문경자 옮김 / 낮은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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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행동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에서 다시 끄집어내는 듯한 철학.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을 언젠가는 읽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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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기억 전쟁 - 가해자는 어떻게 희생자가 되었는가
임지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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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이다' 책을 다 읽은 뒤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해 주는 문구였다. 기억전쟁은 식민주의의 20세기 역사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제노사이드들, 그 내부에 위치한 홀로코스트와 학살을 마주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3자. 각자는 당시에,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어떤 논리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세상은 가해자/피해자/제3자 명확한 삼분법으로 나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해자이자 피해자는 자신들의 피해를 조명하며 희생자의 위치로 변모하고 또다른 피해자를 사장한다. 제3자 민족이지만 개개인으로선 명백히 가해를 저지른 기억도 존재한다. 진정 인권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감과 피해에 대한 위로를 해야 하는데, 그 내부를 헤집어보면 실상은 복잡다난한 것이다.

기억전쟁은 그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며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왜 어려운지만을 말할 뿐이다.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게 되진 않는다. 복잡한 20세기를 들여다보면서 기억하기의 어려움을 우리도 같이 사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한국의 역사도 같이 반성하게 된다. 우리 역시 식민주의의 피해자이자 베트남전쟁의 가해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피해는 확대해 인식하고 일본 전체에 책임을 묻지만 상대적으로 베트남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로 보아 어쩌면, 자국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올바른 기억 체계를 만들어가는 정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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