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이다' 책을 다 읽은 뒤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해 주는 문구였다. 기억전쟁은 식민주의의 20세기 역사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제노사이드들, 그 내부에 위치한 홀로코스트와 학살을 마주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3자. 각자는 당시에,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어떤 논리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조명한다.그리고 생각보다 세상은 가해자/피해자/제3자 명확한 삼분법으로 나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해자이자 피해자는 자신들의 피해를 조명하며 희생자의 위치로 변모하고 또다른 피해자를 사장한다. 제3자 민족이지만 개개인으로선 명백히 가해를 저지른 기억도 존재한다. 진정 인권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감과 피해에 대한 위로를 해야 하는데, 그 내부를 헤집어보면 실상은 복잡다난한 것이다.기억전쟁은 그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며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왜 어려운지만을 말할 뿐이다.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게 되진 않는다. 복잡한 20세기를 들여다보면서 기억하기의 어려움을 우리도 같이 사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한국의 역사도 같이 반성하게 된다. 우리 역시 식민주의의 피해자이자 베트남전쟁의 가해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피해는 확대해 인식하고 일본 전체에 책임을 묻지만 상대적으로 베트남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로 보아 어쩌면, 자국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올바른 기억 체계를 만들어가는 정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