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글쓰기에 필요한재능은 무엇인가요?
내가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발견해내는 능력, 그 문제의 원인을 끝까지 파헤치는 지성 그리고 문제와 해결의 과정을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감수성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글쓰기의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기뻐해야 해요.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 필력도 중요한 재능이죠. 하지만 화려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재능만으로는 오래 쓸 수가 없어요. 글쓰기의 커다란 의미를 찾아내는 깊은 감식안이 필요하지요. 내가 왜 글을 쓰는가, 나는 누구와 어떤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글을 쓰는가, 내 글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매일의 일상 자체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이것은 글쓰기의 마음가짐, 생활의 밑바탕이지요.

좀 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글쓰기의 재능을 ‘3s’라고 이름 붙여보았는데요. 스토리story, 센시티브sensitive, 스톡stock이에요. 첫째, 스토리는 어디서나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는 힘이에요. 아주 작은 단어 하나만 봐도, 아주 사소한 이미지를 만나도, 아주 미세한 향기를 맡아도, ‘이 속에는 어떤 스토리가 숨어 있을까’를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이지요. 둘째, 센시티브는 작가적 상상력의 원천이에요. 작가가 되려면 과도하게 예민하고 섬세해질 필요가 있어요. 저 대목에서 어떻게 저런 감정을 느낄까, 저런 사건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과도한 예민함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근원이지요.
셋째, 스톡은 끝없이 저장하는 능력이에요.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거든요. 끊임없이 언젠가는 이야기가 될 만한 것, 언젠가는 책 한 권의 스토리가 될 만한 것의 재료를 쌓아놓아야 해요. 뛰어난 기억력에 의지하기보다는 성실하게 메모하며 일종의 보물창고를 만들어야 하고요. 파일별로 어떤 이야기의 장면이나 문장의 씨앗 같은 것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아야 하지요. 그 메모들이 쌓인 보물창고가 10년 후에 책이 될 수도 있고, 당장 몇 달 후에 책이 될 수도 있어요. 잊어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 장대한 이야기의 숲을 이룰 때까지 스토리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심어놓아야 해요. 그 소중한 메모의 씨앗들이 언젠가는 자라서 거대한 이야기의 숲을 이룰 거예요.

‘할 말은 없는데 쓰고 싶다’라는 말은 사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거짓말이에요. 분명 무의식 어딘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의식이 아직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죠.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에요. 바로 그 ‘내 안에 있지만 아직 표출되지 못한 비밀’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의 진정한 희열이지요.

단순히 단어를 찾는 능력이 아니라 문장 전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어휘력이에요. 비유하자면, 1,000개로 나뉜 퍼즐 조각을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보다는 망망대해에 펼쳐진 모래밭 위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조개껍데기를 발견해 그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만드는 센스가 필요해요.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선 언어를 뛰어넘어 사유해야 해요.

세상 모든 곳이 빛나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해요. 하찮은 것, 버려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세상 모든 것이 언젠가 소중한 글감이 될 수 있는 보석들이에요.

20대에는 제가 뭘 모르는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그저 열심히 배우려고는 했지만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즉 나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조차 자기에 대한 앎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막막했어요.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사랑 또한 부족했지요. 지금은 하루하루 물론 힘든 일도 있지만 세상을 향한 사랑, 삶에 대한 놀라움은 더 커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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