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맡아야 할 환자 걱정과 영어 울렁증에 멀미까지, 난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래서 하늘에서 눈이 다시 쏟아지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맞은편에 앉은 알렉산드라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녀의 표정은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였지만, 눈물이 굵은 줄기를 이루어 얼굴에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운다고 표현해야 할까? 난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른 척해야 할지 몰라 멍청하게 알렉산드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훌쩍이지도 울먹이지도 않은 채 가는 길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알렉산드라는 무엇이 그토록 슬픈 것일까? 그녀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이해하는 데 아홉 달이 걸렸다. 아니, 그만큼 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깨달음은 사실을 아는 것과는 다르다. 몸이 언제든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몸은 시간을 통해서만 배운다.

-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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