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다시 다리가 마비된 친구에게 와 있다. 친구는 그 특유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아직 한 번도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군요."
"그러니 그것을 곧 벌충하라는 말이군요."
에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눈을 감은 채 귀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시작했다.
"우리가 봄이라고 느끼는 것도 하느님의 눈에는 지상을 스치는 순간적인 미소로밖에 비치지 않습니다. 대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름이 되면 그것을 만인에게 들려주면서 대지는 어느덧 가을의 커다란 침묵에 싸여 한층 현명해집니다. 이 커다란 가을의 침묵으로 대지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당신이나 내가 지금까지 체험해온 봄을 모조리 하나로 합산해도 하느님의 1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눈에 틀림없는 봄이라고 인정받으려면 봄을 헛되이 수목들 사이나 초원 위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든 인간의 내부에서 위대한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여 비로소 봄은 시간의 흐름 밖에서 오히려 영원 가운데 하느님 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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