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스위스는 연이어 닥쳐온 기술혁명들에 대응해 스와치Swatch를 선보였고, 스와치 시계들은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에 장신구의 개념을 덧붙여 수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유명 인사가 스와치 광고에 등장했고, 스위스 시계 산업은 소멸 직전에서 극적으로 명성을 되찾았다. 일본의 시계들은 어느새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휴대전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기존의 시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시계는 장난감처럼 사용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좋은 사치품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애플이나 삼성 혹은 샤오미처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첨단 기술 기업들이 이제 이른바 스마트 워치를 우리에게 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역사의 교훈은 새로운 기술이 오래된 기술을 대체하며, 그에 따라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각기 다른 국가에서 시계 산업이 부흥했다가 스러지며, 새로운 소비 성향이 연이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시계는 그런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굳이 얼음을 냉각제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화기는 전신기보다 더 편리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백열전구는 기존의 가스등을 대체했고, 트랜지스터가 등장하면서 진공관이 사라졌다. 제트 엔진이 프로펠러 엔진을 앞섰고, CD 덕분에 레코드판은 수집가들이나 찾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워드 프로세서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자 타자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고, 디지털 사진기 때문에 필름 사진기의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 컴퓨터 게임은 전통적인 장난감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는 이런 극적인 변화들을 표현할 때 ‘대혼란’이나 ‘파괴’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손목시계의 발전은 이렇게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

바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이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특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몰아내는 지속적인 영향력 모두 시장경제의 빛인 동시에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42년에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엔진을 설치하고 계속 움직이도록 만드는 근본적인 동력원은 새로운 소비재와 새로운 생산 혹은 운송 방법, 새로운 시장, 그리고 자본주의 기업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산업 조직들로부터 나온다." 또한 슘페터는 이러한 동력원을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경제 구조를 혁신하고 낡은 것들을 파괴하며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는 산업적 돌연변이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인간과 세상의 종말은 차치하더라도 인공지능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인간 과학자가 스스로 배우고 응용하는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의 미래는 아주 밝은 듯하다. 인간은 원래 어딘지 엉성하고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곧잘 산만해지거나 지루해하고 혹은 피곤해한다. 컴퓨터는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내고 교통신호와 도로 상황도 감안해 움직일 수 있다. 그것도 연료 효율까지 높이면서 말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도로 위에서 경적, 손짓 등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반면에 자율 주행 자동차는 근처에 있는 다른 자동차들과 소통하며 다 함께 교통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사고도 줄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로봇 한 대가 평균 다섯 명에서 여섯 명의 인간 노동자를 대신할 수 있다. 미국에서 단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1983년에 약 2800만 명이었고 2015년에는 3000만 명으로 고작 200만 명 남짓 늘었다. 이 기간 동안 30만 대가 넘는 로봇이 설치되어 약 200만 명 몫의 일을 감당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3장에서 살펴본 육체노동이나 사무직 노동을 하는 미국 중산층이 붕괴하는 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이제는 매년 3만 5000대 이상의 로봇들이 설치되고 있으므로 향후 10년 동안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2030년이 되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컴퓨터 전문가와 관리자를 더 많이 채용할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기술은 그저 컴퓨터 게임 이용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가상현실은 훨씬 쓰임새가 많을뿐더러 대단히 혁명적인 기술이다. 외과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제 복잡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최적의 방법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VR 장치를 착용한다. 심리학자들은 고소공포증이나 현기증,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VR 장치와 기술을 사용한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는 두 연구자가 편집증의 일종인 피해망상을 앓는 환자들을 VR 기술로 치료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상황이 실제로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도록 돕는 것이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망상은 저절로 줄어든다." 환자들은 한 차례의 치료만으로도 빠르게 회복된다고 한다. 두 연구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가상현실은 오락거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는 정신 보건 분야에서 가상현실이 진단과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술은 또한 치과 치료를 받거나 MRI 촬영을 할 때 환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줄여줄 수도 있다.
VR 기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 이상이 발생한 환자들의 운동 기능을 자극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VR 기술은 자폐아들이 학교에서 사회성을 습득하도록 도울 수 있으며,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2030년이 되면 이 기술들이 의료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쌓은 경험과 결합하여 심리적 장애나 불안 증상들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전자책 기술은 근본적으로 외부의 혁신자들이 소프트웨어에 관여할 여지가 적다. 그 결과 전자책의 기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독자들이 전자책 전용 기기나 태블릿보다 종이책을 읽을 때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종이책을 보며 지금 어느 부분을 읽는지 가늠할 수 있는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Microsoft Research의 애비게일 셀런Abigail Sellen의 주장이다. "전자책을 사용하면 그러한 측면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전자책 개발자들은 독자 입장에서 책을 어느 정도 읽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한 기사를 살펴보자. "전자책 전용 기기와 화면은 책을 읽어나갈 때의 두 가지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 바로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과 책 자체에 대한 통제력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앞에서 읽었던 부분이 떠오르면 다시 앞쪽을 넘겨보는데, 거기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전자책은 인터넷으로 읽을 수 있는 디지털화한 잡지만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지난 2011년에 "책으로 읽는 잡지와 아이패드로 보는 잡지"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한 살배기 여자아이가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에 떠오르는 여러 내용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아이는 이후 종이 잡지를 가져와 손가락으로 종이 위를 두드리고 움켜쥐거나 찔러보기도 한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크게 실망한다. 여자아이의 아빠는 디지털 세대로 태어난 아이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 살배기 내 딸아이에게는 종이 잡지가 그저 망가진 아이패드에 불과하다. 아마도 평생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2장에서 만나본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대가 된 아이들은 전자책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의 종이책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면에 문장이 펼쳐지는 방식 자체가 새롭게 진화하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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