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 『여행의 이유』 를 읽으며 ❛내공이 남다른 작가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마치 매우 믿음직한 뱃사공에게 몸을 맡기고 (멍때리며) 바다를 누비는 느낌이랄까….그러나 전혀 지루하지 않고, 아주 편안한 그런 느낌이 좋다.글이 요란하지 않아 술술 익히면서도, 묵직한 메시지가 가슴을 툭툭 치고 들어오는, 책장은 얇지만, 절대 쉬이 넘겨지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 이었다.

<오직 두 사람> 모국어 같은 존재?

🏷아빠하고는 달라요. 저에게는 아빠가 모국어예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운명 같은 거예요 p.38

이 글귀를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모국어 같은 존재란 어떤 느낌일까? 부모의 언어로 정해져 버리는 ‘모국어’라는 운명적 요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곱씹고, 또 곱씹으니 흐릿하던 이미지가 조금 뚜렷해진다.

모국어 같은 관계는 사실 역설적이게도 언어적 소통이 필요 없는 관계, 아니,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는 관계, 중독이나 익숙함과는 조금 결이 다른, 부재로써 온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군중 속의 고독” 이란 말이 너무 잘 이해된다. 같은 모국어를 쓰는 군중 속에 단 한 명, 모국어 같은 존재가 함께 있다면 외롭지 않겠지만, 그 단 한 명이 사라지면 모든 모국어는 소음이 될 뿐이다.

<아이를 찾습니다>, <신의 장난> 고난, 그 후는?
이 두 단편 소설의 결은 다르지만, 모두 고난 그 후에 기대했던 희망을 상실한다. <아이를 찾습니다>에서 유괴된 아들을 찾은 부부는 온전히 회복될 것이라 생각했던 행복이 어긋났고, <신의 장난>에서 4명의 신입사원들은 베이커가 221번지 B호의 방을 탈출했다는 기대와 달리 훨씬 더 어둡고 음산한 방에 갇힌다.

두 단편 읽은 후 삶에서 고난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고난은 삶의 이벤트가 아니다. 탈출해야 하는 지하감옥도 아니고 견뎌내야 하는 지옥 사막도 아니다. 고난 또한 그저 살아내야 하는 삶의 일부이다. 고난의 시간을 삶에서 떼어내어서는 행복의 조각을 맞출 수는 없다.

온전한 인생이란 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것 아닐까. .

고난이 없던 어제는 어차피 내일이 될 수 없다. 오늘을 받아드려야 내일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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