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출간 20주년 기념 초판본 헤리티지 커버)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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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멕시코로 갈 필요도 없다. 오늘날 대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자신의 역사'로 김영하 작가가 십여 년 전 불러낸 이민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대만 독자, 장야니, <언제부터 개인이 나라를 선택했지? 미안하지만 국가가 우리를 선택하는 거야"> 김영하 『검은 꽃 』을 읽고」)중
https://okapi.books.com.tw/article/13088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 대만에서 '2020년 openbook 좋은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대만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읽어야겠다는 의무감과 ❛왜 이 책이 대만 사람들에게 환영받았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의 『검은 꽃』은 1905년 꿈과 희망을 품고 멕시코 떠난 1032명 조선인의 애니깽 이민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은 조선을 떠나 '일포드호'에 승선하지만 멕시코에 도착해서야 노예로 팔려왔다는 사실에 꿈과 희망은 사라지고, 심지어 돌아갈 국가조차도 사라져 버린다. 즉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검은 꽃'처럼 세상에서 증발되어 버린다. 저자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들의 삶과 역사의 한 흐름을 빌려 국가의 존재가치와 속성에 대해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그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나의 호기심의 답이 되었다. 대만 사람들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일까?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치 슬로건 아래 대만은 세계에서 고립되고 있으며 중국이 성장할수록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는 대만 사람들의 '국가 존속' 문제의 불안감을 극도로 몰아갔다. 대만 독자 장야니(님)의 서평에서 '대만 사람들은 자신의 삶으로 애니깽 이민자들의 삶을 공감한다'는 글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의 불안감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일으켰다. 이 책은 대만 사람들에게 국가의 의미를 되새기고, 또 본성인들은 이방인으로의 삶에서 많은 공감을 받는 것 같다

💬아이러니호(號)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민자들의 인생의 배에 승선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배를 아이러니호(號)라고 부르고 싶다. 저자는 그들의 삶 곳곳에 아이러니를 심어두었고 나는 그 아이러니들을 만날 때마다 심하게 울렁거림을 느꼈다.

<아이러니1_국가>
조선이라는 국가를 버리듯 떠난 사람들은 국가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들의 국가를 꿈꾸며, 신분제도에 눌렸던 그들이 국가를 세워 지배 계급의 욕망을 드러낸다.

<아이러니2_종교>
천주교가 대세인 환경에서 샤머니즘의 예언 실현, 신부의 신내림. . 광신도의 십자가 처형. . 역설의 끝판왕

<아이러니3_개인의 삶>
어느 인터뷰에서 저자는 '검은 꽃'을 다양한 색의 꽃들의 합이라고 했다. 즉 멕시코로 떠나는 배안에서 신분과 유교 정서가 무너져 서로 엉키듯 개인의 정체성을 잃고 새로운 군중으로 태어나는 그들의 삶을 뜻한다.

그러나 저자의 펜 끝에서 검은 꽃으로 잠들어 있었던 그들의 삶은 개개인의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연수의 생명력 강한 붉은빛, 이정의 외로우나 강한 파란빛, 박수무당의 알록달록한 빛, 박서방의 흰빛, 혁명가 이발사의 따뜻한 빛. .

나는 이 책을 '검은 꽃'이 아닌, 개개인의 빛을 가진 꽃으로 기억함으로써 나라를 잃어 슬펐을 그들의 삶에 위로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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