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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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고 평범한 개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복잡한 그물망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이 물음에서 장류진의 첫번째 소설집이 시작된다.❞

나는 현실을 벗어나 허구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리얼리즘 소설이라 그랬을까? 나는 꼼짝없이 내 세계에서 동창회에 (강제로) 참석당한 기분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없는 수다의 즐거움이란. . )

너 사는 세계나, 나 사는 세계나 '도찐 개찐', 모든 주인공들의 이야기에서 나를 본다. 너무 노골적인 자본 논리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기브 앤 테이크가 어려운 시절에 나도 누군가에게 민폐는 아니었는지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4대 보험, 상여금, 실비보험 등이 주는 따뜻함을 얻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낭만? 꿈? 철학? 종교? 신념? 이런 가치들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게 가능하긴 한가? 내 속에서 들려오는 자못 냉소적인 소리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

유학 생활 중 결혼이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은 알고 시작했지만, 외국에서 학생 신분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불안감은 늘 나의 생존능력을 의심하게 한다. 세상이 너무 멀쩡히 잘 돌아가니 결국 나의 문제인가? 라는 생각에 가닿으면 내 삶의 근력이 되어주던 꿈과 노력들은 허무하게도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 짧은 이야기들을 만나 다행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모두 하나같이 (심지어 야무지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잘 적응해 나갔다면 나는 패배감으로 이 소설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는 탁월한 생존 감각으로 잘 적응해 나가는 누군가에게는 '박수'를, 아직 꿈과 현실 언저리에서 고민하는 나에게는 '격려와 응원'을, 꿈은 잠시 서랍에 넣어두고 현실이 주는 안락함에서 만족하는 누군가에게는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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