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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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축을 사치재라고 느끼고 쌀과 김치마저 가격 탄력적으로 살고 있는 도시빈민. 술값 3만원은 ‘별로 안 나왔는 걸’ 하고 가볍게 계산하지만, 만 원짜리 책은 당최 책 값은 왜 이리 비싼거야- 투덜거리며 5% 할인쿠폰이 붙어야 사는 인간이다.  


이거 모아서 언제 집사냐? 라는 생각에 주택청약은 진작에 깨서 카드값으로 들어갔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서 우린 어쩌면 잉여일지 모른다는 자학 개그를 하기도 하지만, 서른을 넘어 마흔에 더 가까워 졌다는 걸 인식하면 더 이상 그런 소재로 웃을 수 없게 돼버렸다. 

 
결혼, 출산, 창업, 같은 훈훈한 인생의 대소사보다 정리해고, 대출, 연체 같은 단어가 더 실제적인 힘을 갖고 살고 있으니, 내가 이 굴레를 벗어날 방법은 확 죽어버리던가 아니면, 돈 많은 여자를 만나 상승혼을 꾀하던지 둘 뿐이다.(단언하건 데, 다른 가정은 없다.)
좋게 이야기해서 평범한 인생이고, 아무리 아부할라쳐도 성공한 인생이라곤 말할 수 없는 인생. 도무지 드라마가 없는 인생이다. 자서전을 쓴다면 텔레비전 사용 설명서 분량으로 정리가 가능한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회사는 위에서 말한 것 같은 평범한 인간들을 정기적으로 속아내는데, 그 작업을 보통 구조조정이라고 부른다. 소설 컨설턴트는 바로 그 구조조정을 업으로 삼는 남자의 이야기다.
소설 속 컨설턴트는 구조조정의 방법으로 살인을 선택한다. 그런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구조조정은 다른 말로 사회적 사형선고라고도 할 수 있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먹고 살 힘을 빼앗는 것이 사형선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회사 내 구조조정이란 것이 나태하고 게을러 빠진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 계획과 손익분기, 전략사업 변경 같은 것들로 인해 이루어지기만 하니, 착한 사람은 그 범주에 안 든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이 컨설턴트의 이야기가 과연 현실과 어디가 무엇이 다른지 고민할수록 구분이 모호해진다. 
 


음모론 같은 아이디어에 시대상과 감정을 덧입혀 풀어낸 것도, 긴 호흡 속에 잃기 쉬운 긴장감 유지한 것도 모두 박수를 보낸다.
상! 받을 만 하다. 돈 주고 사 봐도 된다. 
 


사족이라면,
핸드폰을 쓰는 우리가 나쁜 게 아니라, 콜탄보다 인간이 저렴해진 자본주의가 나쁜 거다.
아, 그게 그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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