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로망이 하나 있다면 방 가운데 책상을 놔두고 사는 거다. 둘레엔 책장이 빼곡히 둘러싸고 있고, 편한 의자와 수준 높은 오디오 시스템. 거기에 커피를 타다 줄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가정부까지 있다면…….
그 서재엔 책이 빼곡히 꼽혀 있는데, 만화도 좋고 소설도 좋지만 그보다 누군가 집에 놀러 왔을 때, 우아! 이런 책도 읽는 수준 높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 눈에 잘 보이게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문학전집은 정말 이런 나의 허영심을 채워주기 딱 좋은 책. 책 향기를 사랑하는 엘리트 지식인이라면 이런 수준의 책 정도는 있어야지 라는 웃음을 띄고, 찾아온 손님과 문학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 없이 좋은 집안 인테리어 소품이다.
음악 혹은 미술 이야기를 할 때 상대를 압도하며, 더 많이 안다의 느낌을 풍기는 조건 가운데 하나는 남들이 모르는 작품을 들먹였을 때다. 남들 다 아는 작품만 알고 있다면 그건 오타쿠에게 있어 수치스러운 일. 문학도 마찬가지라 펄벅의 ‘대지’나,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 골드문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아무리 잘 안다 해도 가오가 안 서는 작품이다. 그러니 또 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이런 지적 허영이 충만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제껏 나온 책들을 보면 안나 카레니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황금 물고기, 템페스트,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가면의 고백, 킴,나귀 가죽, 피아노 치는 여자, 벤야멘타 하인학교, 적과 흑, 휴먼 스테인,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 왼손잡이, 소송,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 파계, 내 생명 앗아가주오, 여명,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슬픈 짐승, 피로 물든 방…… 처럼 제목을 귓등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책들이다.
그러니, 이게 또 ‘노인과 바다는 고등학생 때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나. 라고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책이 된다.
집 안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은 책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대로라면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은 정말 명품 백에 준하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알음알음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