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판단력을 높이 사기는 했지만 주로 자기 판단에 따라서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해왔다.
엠마의 처지에서 참으로 불운한 점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있는 여지가 좀 많고 자신을 지나치게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여러 가지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단점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위험이 눈에 띄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그런 것들을 조금도 불운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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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6
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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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그녀 앞에서 이제 와 구애를 거둬드릴 수도 없었다. 사랑 때문이라고 변명할 여지도 전혀 없고 그녀의 사촌 동생을향한 마음에 추호의 흔들림도 없으면서, 허영심에 발목을 잡히고 만 것이다. 패니와 버트럼 집안에서 이 일을 알지 못하게막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러시워스 부인의 평판도 배려하기는 했겠지만, 그보다는 스스로의 평판을 위해서 비밀을 엄수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리치먼드에서 돌아왔을 때는 더 이상 러시워스 부인을 만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이후 전개된 사태는 모두 그녀의 부주의 탓에 벌어졌고,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도망을 쳤는데,
이때도 패니 생각에 안타까웠지만, 불륜 소동이 막을 내렸을때는 더욱 안타까웠다. 몇 달 동안의 대조적인 경험으로 패니의 상냥한 성품과 순수한 마음, 훌륭한 원칙의 가치를 더욱 깨닫게 된 것이다.
그가 저지른 죄의 몫에 합당한 크기의 벌, 공공연한 치욕의벌이 따라야 맞겠지만, 알다시피 이것은 사회가 미덕을 위해마련한 보호벽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세에서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공평한 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꼭 내세의 더 정의로운 처벌을 고대하노라 할 필요는 없으니, 헨리크로퍼드 같은 분별력 있는 남자라면 적지 않은 울분과 회환의 벌을 스스로 가하고 있을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울분이 자책에, 회한이 참담함에 이르기도 했으니, 자신에게보여 준 환대에 그런 식으로 보답하고, 한 가족의 화평을 깨뜨려, 가장 소중하고 경복할 만한 최고의 교분을 박탈당하고, 열 - P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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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6
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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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바쳤을 뿐 아니라 이성(理性)으로도 사랑했던 여성을 놓쳐버린 데 대한 자책이자 참담함이었다.
버트럼 집안과 그랜트 집안에 상처를 입히고 서로 소원해지게 만든 이 사건 이후에도 두 집안이 바로 이웃으로 지내야했다면 대단히 곤혹스러웠겠지만, 그랜트 부부가 일부러 여행을 몇 달 연장해 집을 비운 끝에 천만다행으로 영영 목사관을 떠날 필요 내지는 기회가 생겼다. 그랜트 박사는 이제 거의희망을 놓았던 연줄을 통해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봉직하게되었고, 덕분에 맨스필드를 떠날 구실과 런던에 거처를 마련할 핑계가 생기고 이주 비용을 충당할 만큼 수입도 늘어났으니, 떠나는 쪽에나 남는 쪽에나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랜트 부인은 워낙 사랑을 베풀고 받을 줄 아는 성품인지라 정든 정경들과 사람들을 떠나자니 좀 섭섭하기는 했겠지만, 바로 이런 행복한 성품 덕분에 어디에서 누구와 어울리든즐길거리는 충분히 확보될 것이고, 거기다 메리를 불러들일집까지 다시 생긴 것이다. 메리도 지난 반년 사이에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사귀어 봤고 허영과 야망과 사랑과 실연도 충분히 맛봤기 때문에, 언니의 진심 어린 보살핌과 언니의 이성적이고 평온한 생활이 절실히 필요했다. 자매는 함께 살았고, 그랜트 박사가 한 주 사이에 거창한 부임 만찬을 세 차례나 치른끝에 뇌졸중으로 사망한 후에도 계속 함께 살았다. 메리는 맏아들이 아니면 다시는 마음을 주지 않으리라 단단히 마음먹었지만, 그녀의 미모와 2만 파운드의 지참금에 끌린 위세 당당한 상속자들이나 나태한 법정 추정 상속인들 가운데서는 - P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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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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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도 많이 사라졌을 터였다. 그는 원칙이, 적극적인 원칙이 결여되었던 게 아닌가, 욕심과 감정을 유일한 방비책인 도리에대한 의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는 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에게 이론적인 종교 교육은시켰으나, 그것을 나날의 실천으로 옮기도록 요구하지는 않았다. 딸들에게 어릴 때부터 심어 준 빼어난 품위와 교양이라는 목표는 이런 면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도덕적 심성을심어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딸들을 착한 사람으로 키우려 했지만, 지력과 예의범절에만 신경을 썼지 성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절제와 겸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딸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사람들 중 누구도 가르침을 준 적이 한번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교육상의 결핍을 그는 쓰라리게 후회했다. 지금 와서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딸들을 키우면서 물심양면으로 교육에 공을 들였지만,
딸들은 기본적인 의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는 딸들의 성격과 기질을 알지도 못했다니, 그저 참담할 뿐이었다.
특히 러시워스 부인의 고집스럽고 격정적인 성격을 그는그 유감스러운 결과를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러시워스 부인은 크로퍼드 씨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부질없는기대임을 깨달을 때까지 그와 함께 지냈다. 그러나 그런 사실1을 깨닫자 실망과 참담한 마음에 성질을 부리고 그에 대한 감정도 증오에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에게 징벌 - P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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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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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여태껏 남들 입에서 들은 말을 한 것뿐이야. 남들도다 그렇게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한 거지. 문제는 성격적 결함이 아니야. 남한테 일부러 불필요한 고통이나 주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일지 몰라도 난 이렇게 생각할수밖에 없어. 나를 위해서라면, 내 감정을 위해서라면 그 사람도기필코ㆍㆍㆍㆍㆍ 그릇된 삶의 원칙이 문제야, 패니 섬세함이 무뎌지고 정신이 썩고 타락한 게 문제야. 어쩌면 나한테는 잘된일인지도 모르지. 더 이상 속을 태울 일도 없을 테니∙∙∙∙∙∙. 하지만 아니야. 그 사람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느니, 그 사람을잃는 고통이 더욱 커진다 해도 기꺼이 그 편을 택할 거야. 그사람한테도 그렇게 말했지."
"정말요?"
"응, 헤어지면서 그렇게 말했어."
"얼마나 같이 있었는데요?"
"이십오 분쯤. 계속해서 이렇게 말하더군. 이제 남은 일은두 사람을 결혼시키는 거라고. 그 말을 하는 목소리가 어찌나침착한지, 패니, 난 흉내도 못 내겠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지만, 중간중간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 둘이 헨리 오빠를 잘 설득해서 동생분하고 결혼시켜야 해요." 크로퍼드 양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오빠도 체면이 있고 어차피패니하고는 영영 틀어진 게 분명하니,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예요. 괘니에 대해서는 깨끗이 단념해야지요. 아무리 오빠라도 이런 마당에 패니 같은 사람하고 잘될 거라 기대하지는 못할 테니, 우리 앞에 넘지 못할 난관은 없을 거예요. 오빠가 제 - P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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