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특성 없는 남자는 남자 없는 특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날 저녁 울리히는 오지 않았다. 피셸 이사가 서둘러 떠난다시 청년기의 물음이 그를 사로잡았다. 왜 세상 사람들은 본래 의도와는 동떨어져 있고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진실이 아닌 말을 그렇게소름 끼치게 선호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하면 항상 한 걸음을 앞서는거야.‘ 그는 생각했다. ‘피셸 이사한테도 이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울리히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열정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항상 되풀이해서 그를 그런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 있었다. 그것도 열정이겠지만, 흥분 상태와 흥분에 찬 행동에서 나타나는 그의 태도는 열정적이면서 동시에 무관심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상당히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지금도 무언가 자신의 행위 충동을 자극하면, 자신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해도 언제든 미친듯이 달려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따라서 그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별로 과장은아닌듯하다. 그의 삶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그의 것이라기보다 삶을구성하는 것들 서로의 것이라고. A 다음에는 항상 B가 왔다. 그 결과를낳은 것이 다툼이건 사랑이건 간에. 그래서 그도 그 과정에서 획득한개인적 특성들이 자기 것이라기보다 특성들 서로의 것에 가깝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져보면, 개별적 특성 하나하나는 그것들을 갖고 있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자신과 더 내밀한 관계에 있다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의심할 바 없이 그 특성들로 규정되고 그 특성들로 이루어졌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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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그의 것이라기보다 삶을구성하는 것들 서로의 것이라고. A 다음에는 항상 B가 왔다. 그 결과를낳은 것이 다툼이건 사랑이건 간에. 그래서 그도 그 과정에서 획득한개인적 특성들이 자기 것이라기보다 특성들 서로의 것에 가깝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져보면, 개별적 특성 하나하나는 그것들을 갖고 있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자신과 더 내밀한 관계에 있다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의심할 바 없이 그 특성들로 규정되고 그 특성들로 이루어져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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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인근 지방법원의 한 경비병에게 담배를개비 건네며 얼마 전에 정문을 떠난 호송차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호송차는 좀더 일찍 떠났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론에서는 방금떠난 것으로 보도할 때가 많았고, 울리히 또한 거의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신문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 것이 이 시대의 진실이었다. 울리히가 개인적으로 모스브루거를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전에 그를 실제로 본 것은 심리가 진행될 때 단 한 번뿐이었다.
이례적인 사건을 신문으로 알게 될 가능성은 그것을 직접 체험할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달리 말해 오늘날 매우 중요한 사건은 추상적인 곳에서 일어나고, 현실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그런 추상적인 방식으로 울리히가 알게 된 모스브루거의 사연은 대충이랬다.
모스브루거는 어릴 때부터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마을 도로조차 없는 초라한 시골의 양치기 고아였는데, 여자애에게 말을 붙이지 못할 만큼 가난했다. 그래서 여자애들을 늘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은 도제 시절에도, 나중에 장인이 되어 곳곳을 떠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빵이나 물처럼 누구나 자연스럽게 갈망하는 것을 항상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면 어떨까?
얼마 뒤에는 당연히 그것을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갈망하게 되지않을까? 한 처녀가 장딴지 위로 치마를 나풀거리며 지나간다. 울타리를 넘어가는 처녀의 무릎까지 속살이 보인다. 처녀의 눈을 들여다보지만 도저히 그 속을 알 수 없다. 처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재빨리 뒤돌아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쥐새끼가 방금 쪼르르 숨어들어간 땅속 구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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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하나같이 학창시절에 수학을 못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수학이 정밀한 자연과학의 어머니이자 공학의할머니일 뿐 아니라 독가스와 전투기를 만들어낸 정신의 시조라는 사설까지 증명되었다.
수학자 본인과 제자들, 그리고 자연과학자들만 이런 위험을 모르고살았다. 그들은 마치 열심히 가속기만 밟을 뿐 이 세계에 대해서는 앞차의 뒷바퀴밖에 모르는 자동차 경주선수처럼 영혼에 관해 거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울리히를 두고 이것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는 수학을 못 견뎌하는 바로 그 사람들 때문에 수학을 사랑했다고. 그는 과학적이라기보다 인간적으로 과학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과학이 자신의 관할 영역에 있는 문제면 뭐든 일반인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일 과학적 시각을 삶의 시각으로 옮겨올 수 있다면, 혹은 가설을 시도로, 진리를 행위로 바꿀 수 있다면 유명한 자연과학자나 수학자들이 남긴 필생의 작품들은용기와 혁신성 면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위들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남자는 아직 세상에나타나지 않았다. ‘도둑질하라, 살인하라, 간음하라! 우리의 교리는 더러운 죄악의 구렁텅이를 거품이 이는 맑은 계곡물로 바꿀 정도로 강력하나니‘ 과학에서는 지금껏 오류로 통용되던 것이 갑자기 모든 관점을 뒤집어엎거나, 별 볼 일 없이 경멸받던 생각들이 일거에 새로운 사• 제국의 지배자로 등극하는 일이 몇 년에 한 번은 일어난다. 그런 사물들은 과학의 영역에서는 하나의 전복일 뿐 아니라 야곱의 사다리처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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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을 때, 할멈은 내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문수야, 너 무형문화재 되고 싶지? 내가 그거 시켜줄까?
무형문화재는 모든 무당의 꿈이었다. 숭고하고 높은 자리. 비밀스러운 욕망, 흘려듣는 척했지만 할멈이 그렇게은밀히 속삭일 때면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물처럼보일까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나의 속내를 할멈은 죄다알아챘다. 내 지저분한 비밀까지도. 문화재 심의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차였다. 네번째 심의를 치르기 전 문화재위원회에 슬쩍 뒷돈을 찔러준 것, 지금이 쌍팔년도인 줄아냐며 그 자리에서 모욕을 들은 것까지 할멈은 속속들추어냈다.
나이 들어 야심까지 크면 사람들도 그걸 알아채고 달아나. 좋은 운도 다 황이 되는 법이다.
늙어갈수록 본심을 숨겨야 약이 된다. 그래야 추하지않다. 조언하며 할멈은 나지막이 덧붙였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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