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토프가 방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이모에게 인사할 시간을 주려는 듯 잠시 고개를 숙였고, 니콜라이가 그녀 쪽으로 돌아섰을 때 마침고개를 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의 시선을 맞았다. 그녀는 품위와 우아함이 넘치는 동작으로 기쁜 미소를 지으며 반쯤 몸을 일으켜 가늘고화사한 손을 내밀고는 비로소 처음으로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듯한여성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객실에 있던 부리엔 양은놀라 의아한 눈길로 공작영애 마리야를 바라보았다. 교태에 능란한 이여자도 자신을 꼭 좋아해주길 바라는 남자를 만났을 때 이보다 더 훌륭한 태도를 취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검은 옷이 잘 어울려서일까, 아니면 저렇게 아름다워졌는데 내가알아채지 못했던 걸까. 어쨌든 대단하다. 저 몸가짐과 우아함은!‘ 부리엔 양은 생각했다.
만약 이 순간 공작영애 마리야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부리엔 양보다 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놀랐을 것이다. 그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본 순간부터 그녀는 일종의 새로운 생명력에 사로잡히고, 의지와 관계없이 말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로스토프가 들어오자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변했다. 색칠되고 조각된 초롱 안에 불을켜면 그전까지 조잡하고 거무스름하고 무의미해 보이던 표면에 복잡하고 정교한 예술적인 도안이 홀연 놀라운 아름다움을 띠며 떠오르듯공작영애 마리야의 얼굴도 갑자기 변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순결하고영적인 그녀의 정신활동이 비로소 표면에 드러난 것이었다. 스스로는불만스러웠던 자신의 정신활동, 즉 고뇌, 선에 대한 갈망, 순종, 사랑,
자기희생 같은 모든 것이 지금 반짝이는 눈에, 섬세한 미소에 부드러 - P41

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잠자리에 들기에도 너무 일러서 그에게는 드문 일이지만 지나온 인생을 곰곰이 생각하며 한참동안 방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스몰렌스크 교외에서 그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전에 그런 특별한 상황에서 만났다는 것도, 어머니가 한때 부유한신붓감으로 지목한 사람이 그녀였다는 것도 그녀에게 특별히 주의를쏟게 했다. 보로네시에서 그녀를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은 유쾌할 뿐만 아니라 강렬했다. 니콜라이는 그때 그녀에게서 특별한 정신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깊이 감동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 떠날 채비를 하고있었고, 보로네시를 떠나면 공작영애를 만날 기회를 잃게 되지만 유감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교회에서 공작영애 마리야를 만난 것은그의 예상보다 훨씬 깊은(니콜라이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마음의 안정을 위해 바라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 창백하고 가냘프고 슬픈 얼굴, 그 반짝이는 눈, 조용하고 우아한 몸짓, 특히 그녀의 몸 전체에 흐르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깊고 부드러운 슬픔은 그를 불안하게 하고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로스토프는 남자에게서는 이런 높은 정신적 생활의 발현을 보는 것이 싫었고(그래서 안드레이 공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철학이다 공상이다 하며 멸시했지만, 공작영애 마리야에게서는 그 자신과 영 거리가 먼 정신세계의깊이를 오롯이 드러내는 슬픔 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던것이다.
‘분명 훌륭한 아가씨일 것이다! 마치 천사 같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왜 나는 자유로운 몸이 아닐까, 왜 소냐에게 그토록 서둘렀을까?‘ - P47

그리고 마음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을 비교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갖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되는 정신적 자질로 보자면, 한쪽은 빈곤하고 다른 한쪽은 풍부했다. 그는 자신이 자유로운 몸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어떻게 공작영애에게 청혼을 하고, 어떻게 그녀가 그의 아내가 될까? 아니, 그는 상상할 수 없었다. 무서운 마음이 들고, 뚜렷한 그림은 떠오르지 않았다. 소냐와의 미래 그림은 별써 한참 전에 그려보았고, 모두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데다 소냐 안에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하고 뚜렷했지만, 공작영애마리야와의 미래는 그가 그녀를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만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소냐에 관한 공상에는 어딘지 모르게 재미있는 소꿉놀이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공작영애 마리야를 생각하는 건 늘 어렵고, 조금은두렵기도 했다.
‘기도하던 그녀의 모습은 어땠는가!‘ 그는 생각했다. ‘온 영혼을 기도에 쏟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산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기도이며, 나는 그 기도가 반드시 실현되리라 확신한다. 나는 왜 나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기도로써 구하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다. ‘내게필요한 것은 뭘까? 자유다. 소냐와 이별하는 것이다. 그녀가 한 말이옳다. 그는 도지사 부인이 한 말을 상기했다. ‘그녀와 결혼한다면 불행뿐일 것이다. 혼란, 어머니의 슬픔...... 재정 문제...... 혼란. 무서운 혼란! 그리고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다. 아 하느님! 이 무섭고 출구도 없는 상황에서 저를 구해주소서! 그는 갑자기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기도는 산도 움 - P48

직인다는데, 믿어야 한다. 어린 시절 나타샤와 함께 눈이 설탕이 되게해달라고 기도하고 정말 설탕이 되었는지 맛보러 뜰로 뛰어갔던 것처럽 기도해서는 안 된다. 아니다. 나는 지금 그런 부질없는 기도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파이프를 방 한쪽에 놓고, 두 손을 모으고 성상앞에 서며 자신에게 말했다. 공작영애 마리야에 대한 회상에 감동한그는 전에 없이 열심히 기도했다. 그의 눈과 목구멍에 눈물이 차올랐을 때, 하인 라브루시카가 서류를 가지고 들어왔다.
"바보!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들어오는 거야!" 니콜라이는 급히 자세를 바꾸며 말했다.
"도지사님한테서." 라브루시키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급사가왔습니다. 편지입니다."
"그래, 알았어, 고마워. 가봐!"
니콜라이는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한 통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었고 또 한 통은 소냐의 것이었다. 그는 필적으로 알아보고, 먼저 소냐의 편지를 뜯었다. 몇 줄 채 읽기도 전에 그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눈은놀라움과 기쁨으로 커졌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한곳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편지를 들고 읽으며 방안을 걷기 시작했다. 대강읽은 뒤 한번 더 읽고, 또 한번 읽은 뒤 어깨를 추썩이고 양손을 벌리며, 입을 벌리고 시선을 한곳에 못박은 채 방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췄다. 하느님이 반드시 들어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방금 그가 올린기도가 실현된 것이었지만, 니콜라이는 그것이 뭔가 심상치 않고 전혀예상하지 못했던 일인 양 놀랐고, 이토록 빨리 실현된 것은 그가 기도 - P49

분과 지위를 밝히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했다. 피예르는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피에르가 어떤 결심을 하기도 전에 다부는 고개를 들고 안경을 이마로 밀어올리더니 실눈을 뜨고 피예르를 쏘아보았다.
"나는 이자를 알아." 분명 피에르를 놀래줄 심산으로 그는 침착하고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소름끼치는 한기가 피에르의 등골을 스쳐가더니 바이스처럼 머리를 쥐었다.
"장군, 당신이 저를 아실 리가 없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자는 러시아 스파이야." 다부는 피에르의 말을 가로막더니 예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방안에 있던 다른 장군에게 말했다. 그리고다부는 얼굴을 돌렸다. 피에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듯 재빨리 말했다.
"아닙니다. 전하." 그는 문득 다부가 대공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고말했다. "아닙니다, 전하, 당신이 저를 아실 리가 없습니다. 저는 민병장교이고, 모스크바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다부가 물었다.
"베주호프입니다."
"당신 말이 거짓이 아닌지 내게 무엇으로 증명하겠습니까?"
"전하!" 피에르는 화를 낸다기보다 애원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다부는 눈을 들고 피에르를 골똘히 보았다. 몇 초간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고, 이 응시는 피예르를 구했다. 이 응시로 두 사람 사이에전쟁이나 재판이니 하는 모든 조건을 초월한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 - P63

었다. 이 순간 그들은 막연하지만 수많은 것을 느끼고 자신들이 인류의 자식이자 형제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인간의 행위와 목숨이 번호로 불리는 명부에서 고개를 들어 다부가•처음 피예르를 일별했을 때, 피예르는 한낱 상황에 지나지 않았으므로다부는 악행을 한다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총을 쏠 수도 있었지만, 지금 그는 이 남자 속에서 일개의 인간을 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당신 말이 사실인지 내게 무엇으로 증명하겠습니까?" 다부는 냉정하게 말했다.
피에르는 랑발이 떠올라 그의 이름과 소속 연대, 숙사가 있는 거리이름을 냈다.
"당신은 당신이 말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다시 다부가말했다.
피에르는 끊기고 떨리는 목소리로 진술의 사실성을 증명할 증거를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 부관이 들어와 다부에게 무엇인가 보고했다.
다부는 부관의 보고를 듣자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더니 단추를 잠그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피예르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다.
부관이 포로에 대해 환기하자, 다부는 눈살을 찌푸리고 피에르 쪽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데려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에르는 바라크로되돌아가는 것인지, 데비치에 들판을 지날 때 동료들이 가리킨 완전히준비된 형장으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돌아보았을 때 부관은 다부에게 무엇인가 되묻고 있었다. - P64

"그래, 물론이지!" 하고 다부는 말했는데, 피에르는 ‘그래‘가 무슨뜻인지 알지 못했다.
피에르는 어떻게, 얼마나, 어디로 걸어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완전한 무감각과 우둔의 상태로 주위의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발을 옮길 뿐이었는데, 일동이 걸음을멈추자 그도 멈췄다. 그동안 피에르의 머릿속에는 내내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그에게 최종적으로 사형을 선고한 것이 누구인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위원회에서 그를 심문한 자들은 누구도그것을 원하지 않았고 또 할 수도 없었던 것이 분명하므로 아닐 것이었다. 그토록 인간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던 다부도 아닐 것이었다. 만약 일 분만 더 있었다면 다부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겠지만, 그 순간에 부관이 들어와 방해를 했던 것이다. 그 부관도 분명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그때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체 누가 최종적으로 사형을 명령하고, 그를 죽이려는 걸까-모든 기억, 갈망, 희망, 사상을 지닌 그의 생명을 빼앗으려 하는 걸까? 누가 그것을 했을까? 피에르는 그것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질서이며, 온갖 상황의 집적이었다.
어떤 질서가 그를, 피예르를 죽이려고, 생명과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말살하려고 하고 있었다. - P65


"지금 외운 건 무슨 기도인가?" 피에르는 물었다.
"엉?" 플라톤은 말했다(그는 벌써 잠들기 시작했다). "뭘 외웠느냐말입니까? 하느님께 기도했죠. 당신은 기도를 하지 않습니까?"
"아니, 나도 하지." 피에르는 말했다. "그런데 자네가 말한 프롤라와라브라가 뭔가?"
"그거잖습니까" 하고 플라톤은 재빨리 대답했다. "말의 축일". 가축들도 불쌍히 여겨줘야 하니까요." 카라타예프는 말했다. "요놈 봐라.
장난꾸러기, 돌돌 말고 누웠군. 따뜻하지, 요놈 자식." 그는 발치에 누운 개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돌아누워 잠들었다.
밖에서는 어딘가 멀리서 울음소리와 비명이 들리고, 바라크 틈새로불빛이 보였지만, 안은 조용하고 어두웠다. 피에르는 오랫동안 잠을이루지 못하고 옆에서 잠든 플라톤의 규칙적인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자기 자리에 누워 있었고, 마음속에서는 조금전에 붕괴되어버린 세계가 다시 새로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전과는 다른 튼튼한 토대 위에 세워지는 것을 느꼈다. - P78

이 비교적 느린 각성에는 무서운 것도 날카로운 것도 없었다.
안드레이 공작의 마지막 날과 시간은 평범하고 단조롭게 지나갔다.
그의 곁을 떠나지 않던 공작영애 마리야와 나타샤도 그것을 느꼈다.
그들은 울지도 떨지도 않았고, 임종이 다가오자 그것을 직감하며 이제더는 그가 아니라(그는 이미 없었고, 그들을 떠나버렸다) 그에게 가장가까운 추억인 그 육체를 돌보았다. 두 사람의 이런 감정이 너무도 강 - P103

렬했기 때문에 죽음의 무서운 일면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또한 그들은 자신의 슬픔을 자극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그의 앞에서도 그가 없는 곳에서도 울지 않았고, 서로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드레이 공작이 점점 더 깊이, 천천히, 조용히 그들을 떠나어디론가 내려가는 것을 보았고, 그래야 하고, 그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받았고, 모두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그의 곁으로 갔다. 이들을 데려오자 그는 아들에게 입을 맞추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것은 괴롭거나 슬퍼서가 아니라(공작영애 마리야와나타샤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요구된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었고, 아들을 축복해주라고 하자, 하라는 대로 한 뒤 또다른 할 일이있는지 물어보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혼이 떠나가는 육체의 마지막 경련이 일었을 때, 공작영애 마리야와 나타샤는 그곳에 있었다.
"돌아가셨군요?!" 그가 몇 분 동안 아무 움직임도 없이 차가워지며그들 눈앞에 누워 있자, 공작영애 마리야는 말했다. 나타샤는 다가가서 생명을 잃은 눈을 잠시 보고, 서둘러 눈을 감겨주었다. 그녀는 눈을감겨준 뒤 그의 눈에 키스하지 않고 그에 대한 가장 가까운 추억이 된그의 몸, 그것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 어디 있을까?.......
염을 하고 옷을 갈아입힌 유해가 탁자 위의 관에 입관되자 모두 마 - P102

지막 인사를 하러 다가가서 울었다.
니콜루시키는 마음을 찢는 듯한 괴로운 당혹감에 울었다. 백작부인과 소냐는 나타샤에 대한 동정과 이제 그가 세상에 없다는 생각에 울었다. 노백작은 자기도 머지않아 이 무서운 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생각에 울었다.
나타샤와 공작영애 마리야도 이제는 함께 울었는데, 자신들의 개인적인 슬픔 때문에 운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일어난 단순하고도 엄숙한 죽음의 신비, 영혼을 사로잡은 그 경건한 감동 때문에 울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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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진보하면서 관찰을 위해 더욱더 작은 단위를 취급하고 이방법으로 진리에 접근하려 한다. 그러나 역사가 아무리 작은 단위를다루더라도, 다른 것에서 분리된 단위를 인정하는 것, 어떤 현상의 시작을 인정하는 것, 모든 인간의 자의가 한 역사적 인물의 활동 속에 나타난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는 것을 우리는 느낀다.
역사의 결론이 어떻든 비평가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먼지처럼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리는 것도, 그 관찰이 크든 작든 단편적 단위를 추출해서 한 것이기 때문이고, 취급된 역사상의 단위가 언제나임의적인 것이라면 비판도 언제나 그럴 권리를 갖는다.
관찰을 위해 무한소의 단위-역사의 미분, 즉 인간들의 동질의 욕구를 인정하고, 적분(이 무한소들의 합)의 방법을 터득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역사의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 P405

이 거울이나 유리를 깨뜨릴 때의 감정이며, 인간이 (통속적 의미의) 분별없는 짓을 하면서 인간적 조건을 초월한 인생에 대한 최고의 심판이존재한다고 언명하고 자신의 개인적 권력과 힘을 시험해보려 할 때의감정이다.
슬로보드스키 궁전에서 그런 감정을 처음 경험한 그날부터 그는 줄곧 그 영향을 받아오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것에 대한 충분한 만족을발견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 해오던 일들은 그게획을 지탱하고, 그것을 단념할 가능성을 없애버렸다. 만약 지금 그가다른 사람들처럼 모스크바를 떠난다면 집을 나온 것도, 카프탄도, 권총도, 모스크바에 남겠다고 로스토프가 사람들에게 공언한 것도 다 무의미해질뿐더러, 그가 한 모든 행동이 멸시를 받고 웃음거리가 되고말 것이었다(피예르는 이런 것에 민감했다).
피예르의 육체적인 상태는 언제나처럼 정신적인 상태와 일치했다.
익숙지 않은 변변찮은 음식, 요 며칠 마셔댄 보드카, 와인과 시가의 결핍, 갈아입지 않아 더러워진 옷, 짧은 소파에서 침구도 없이 보내며 절반은 잠을 이루지 못한 이틀 밤, 이 모든 것이 피예르를 광기에 가까운흥분상태에 빠뜨렸던 것이다. - P540

늦은 밤이나 와인에 취했을 때 흔히 그렇듯 피에르는 대위의 이야기를 듣고 온전히 이해하면서도 왠지 모르지만 갑자기 떠오른 자신의 추억들을 더듬고 있었다. 연애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는 불현듯 나타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떠올랐고, 그 사랑의 여러 장면을 공상하면서내심 그것을 랑발의 이야기와 비교하고 있었다. 피에르는 얼마 전 수하레프 탑 옆에서 사랑하는 대상을 만났던 일을 아주 자세하게 떠올려보았다. 당시 그 만남은 그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았고, 그뒤로 생각한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만남이 아주 의미심장하고 시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 P559

사랑을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며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하지만, 그 여자는 절대 자기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저런!" 대위는 말했다.
피에르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너무 어린데다가 자기는 이름도 없는 사생아였기 때문에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후 부와 이름을 얻었을 때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고이 세상에서 가장 그 자신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존재로 그녀를 생각했기 때문에 역시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피예르는 대위를 바라보며, 이런 기분이 이해가 됩니까? 하고 물었다.
대위는 비록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계속해달라는 몸짓을 했다.
"플라토닉러브, 구름 같군......" 그는 중얼거렸다. 와인 때문인지,
털어놓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자기가 이야기하는 인물을 모르고 또 알 리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혹은 이 모든 것이합쳐진 때문인지 어쨌든 피에르는 말문이 트였다. 그는 촉촉해진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놀려 자신의 결혼, 자신과가장 가까운 벗에 대한 나타샤의 사랑, 그녀의 변심, 그녀와 자신의 덤덤한 관계 등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랑발의 물음에 이끌려 그는 처음에 숨기던 신분과 이름까지 말했다.
피예르의 이야기에서 무엇보다도 대위를 놀라게 한 것은 그가 모스크바에 대저택을 두 채나 가진 대단한 부자라는 것과 그가 모든 것을 - P560

그는 파리가 얼굴에 닿을 때마다 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러면서동시에 얼굴 위로 뻗어가는 건물에 파리가 정면으로 부딪는데도 건물이 부서지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그 밖에 또하나 중요한 것이있었다. 그것은 문가의 하얀 것이었고, 스핑크스 같은 그것 역시 그를압박했다.
‘그러나 저것은 탁자 위에 있는 내 루바시카인지도 모른다.‘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이것은 내 다리, 저것은 문인데, 왜 마구 높이 뻗어가는 거지? 이 피치피치피치 이치치..... 아아, 이제 그만,
그만둬. 제발 그만둬.‘ 안드레이 공작은 누군가를 향해 괴로운 듯이 애원했다. 그러자 느닷없이 다시 상념과 이미지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고 강렬하게 떠올랐다.
‘그렇다. 사랑이다(그는 다시금 아주 맑아진 머리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슨 목적이나 이유가 있는것도 아닌, 내가 빈사의 순간에 원수를 만나 사랑하게 됐을 때 경험한사랑이다. 나는 영혼의 본질이자, 대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참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 행복한 감정을 맛보고 있다.
이웃을 사랑하고, 적을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에 나타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친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사랑으로 할 수 있지만, 적을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으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그런 기쁨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 됐을까? 살아 있을까?.....
인간의 사랑은 미움으로 옮아갈 수도 있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변하지않는다. 어떠한 것도, 죽음도 그것을 파괴할 수 없다. 그것은 영혼의 - P575

본질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미워했던가.
그리고 모든 사람 중에서 그녀만큼 내가 사랑하고 또 미워하던 사람은없었다. 그리고 그는 나타샤를 생생하게 떠올렸는데, 이전처럼 자기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력을 지닌 존재로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그녀의영혼 그 자체로 그려보았다. 그는 그녀의 감정, 고통, 수치, 후회를 이해했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그녀에 대한 거절의 잔인함을 절연의 냉혹함을 깨달았다. ‘한 번만 더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그눈을 들여다보고, 말할 수.......
이 피치피치피치 이치치 이-피치피치-쾅, 파리가 부딪혔다. 그리고 그의 주의는 갑자기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던꿈과 현실의 다른 세계로 옮아갔다. 이 세계에서는 여전히 그 건물이무너지지 않고 지어지고, 여전히 무언가가 뻗어가고, 여전히 빨간 동그라미에 싸여 초가 타고, 여전히 루바시카-스핑크스가 문가에 있었는데, 다른 무언가가 삐걱하더니 신선한 바람이 불어들고, 하얀 스핑크스가 문 앞에 새로이 나타났다. 이 스핑크스의 머리에는 그가 방금생각했던 나타샤의 창백한 얼굴과 반짝이는 눈이 있었다.
‘오오, 이런 끝도 없는 환각은 싫다!‘ 안드레이 공작은 뇌리에서 그얼굴을 몰아내려 애쓰며 생각했다. 그러나 그 얼굴은 현실의 힘을 가지고 앞에 서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그때까지 떠올리던 순수한 상념의 세계로 되돌아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고, 환각은 그를 자기의 영역으로 더욱 깊이 끌어들였다.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규칙적으로 계속 들려오고, 정체불명의무언가가 여전히 압박하면서 뻗어가고, 이상한 얼굴이 그의 눈앞에 서 - P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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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넘쳐흐르는 눈물 속으로 멍하니 자기를 바라보는 이 남자와 자신사이에 전에 존재했던 관계를 상기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모든 것을상기했고, 그러자 이 남자에 대한 감격스러운 연민과 사랑이 그의 행복한 가슴을 가득 채웠다.
안드레이 공작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인간과 자신에 대한, 인간들과자신의 미망에 대한 상냥한 사랑으로 가득찬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민, 형제에 대한 사랑,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 우리를 증오하는 자에 대한 사랑, 적에 대한 사랑-그렇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이 지상에 설파하신 사랑이고, 공작영애 마리야가 가르쳐주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사랑이다. 그래서 나는 삶에 미련이 있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내게 남은 유일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늦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 P392

에 넘쳐흐르는 눈물 속으로 멍하니 자기를 바라보는 이 남자와 자신사이에 전에 존재했던 관계를 상기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모든 것을상기했고, 그러자 이 남자에 대한 감격스러운 연민과 사랑이 그의 행복한 가슴을 가득 채웠다.
안드레이 공작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인간과 자신에 대한, 인간들과자신의 미망에 대한 상냥한 사랑으로 가득찬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민, 형제에 대한 사랑,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 우리를 증오하는 자에 대한 사랑, 적에 대한 사랑-그렇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이 지상에 설파하신 사랑이고, 공작영애 마리야가 가르쳐주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사랑이다. 그래서 나는 삶에 미련이 있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내게 남은 유일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늦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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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렌스크가 점령된 이상, 모스크바가 점령되든 점령되지 않든 자신에게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안드레이 공작은 목이 죄는것 같은 경련을 느끼고 돌연 말을 멈췄다. 그는 말없이 여러 번 걸어다녔는데,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고입술은 떨고 있었다.
"만약 전쟁에 관대함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가치가 있을 때만 전쟁을 하게 될 걸세. 그렇게 되면 파벨 이바니치가 미하일 이바니치를 모욕한 것쯤으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전쟁을 전쟁이라 하게 되겠지. 그러면 군의 긴장도 지금 같지 않을 거야. 또 그렇게 되면 나폴레옹이 이끌고 있는 베 - P324

스트팔렌이나 헤센 사람들이 프랑스인을 따라 러시아에 침입하지도않을 것이고, 우리도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오스트리아나 프로이센으로 싸우러 가지 않을 거야. 전쟁은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역겨운 것이고, 우리가 이것을 이해해야만 전쟁은 일어나지않을 걸세. 우리는 엄격하고 엄숙하게 이 무서운 필연성을 다뤄야 해.
요컨대 허위를 버려야 하는 거야.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지 절대장난이 아니니까. 그렇지 않으면 전쟁은 한가하고 경솔한 사람들의 오락거리가 되고 말 걸세..
군인은 가장 존경받는 계급이지, 그러나대관절 전쟁이 무엇이고, 군대의 승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군인사회의 기풍이란 무엇일까? 전쟁의 목적은 살인이요. 전쟁의 수단은-스파이 행위, 배반과 그 장려, 주민의 황폐, 식량을 얻기 위한 군의 약탈, 강도, 군사상의 계략이라고 불리는 속임수와 거짓말이며, 군인 계급의 기풍이란 자유의 결핍, 즉 규율, 무위, 무지, 잔인, 방탕, 음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은 최고 계급으로서 모든 사람의 존경을받는단 말이야.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황제가 군복을 입고, 인간을 더 많이 죽인 자가 더 큰 상을 받고 있어……… 내일이면 사람들은 서로 죽이기 위해 다시 모여 수만 명을 죽이거나 병신을 만들어놓을 거고, 그런 뒤에 많이 죽인 것에 대해 그 수를 부풀리면서까지) 감사 기도를 올릴 것이고, 많이 죽었을수록 공적도 크다고 생각하며 승리를떠벌릴 테지. 저곳에서 신은 그들을 어떻게 보시고 그 기도를 듣고 계실까!" 안드레이 공작은 날카롭고 비명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아아.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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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도 모두 각자의 본성, 습관, 조건, 목적 등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허영에 차고, 기뻐하고, 분개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또그것이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가 의지를갖지 않는 역사의 도구였으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이해가 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활동하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불변의 운명이고, 인간사회에서 계급이 높을수록 자유는줄어든다.
이제 1812년에 행동했던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 그 지위를 떠났고,
그들의 개인적인 이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당시의 역사적인 결과만 우리 앞에 남았다.
하지만 만약 나폴레옹 지배하의 유럽 사람들이 러시아 땅 깊숙이 들어가 거기서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그전쟁에 참가한 자들의 자기모순에 찬 무의미하고 잔인한 행동을 쉽게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섭리는 이 모든 사람이 각자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누구 한사람도(나폴레옹도, 알렉산드르도, 전쟁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도 물론) 기대하지 못했던 하나의 커다란 성과의 실현에 협력하도록 했다.
이제 우리는 1812년에 프랑스군이 파멸한 원인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파멸한 것은 한편으로는 그들이 겨울 원정준비도 없이 이미 늦은 때에 러시아 땅 깊숙이 침입했기 때문이고, 또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모든 도시가 소각되고, 그들이 불러일으킨 러시아 민중의 적개심으로 생긴 전쟁의 성격 때문이었데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 P156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프랑스 군대는 이미 스몰렌스크를 통과하고 차차 모스크바로 접근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의역사가 티에르는 다른 나폴레옹 역사가들처럼 자신의 영웅을 정당화하려 애쓰며, 나폴레옹은 본의 아니게 모스크바의 성벽으로 끌려들었다고 썼다. 그는 역사적 사건의 설명을 한 인간의 의지에서 구하려는 다른 모든 역사가와 마찬가지로 옳고, 또한 러시아 지휘관들의 책략에 의해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 끌려들었다고 하는 러시아 역사가들과 마찬가지로 옳다. 여기에는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을 후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의 준비라고 생각하는 소급(역행)의 법칙 외에도 모든일을 뒤엉키게 하는 상관성이 있다. 경기에 진 훌륭한 체스 기사는 자신의 패인을 하나의 실수 때문이었다고 진심으로 믿고 승부 초반에서그것을 찾아보려 하지만, 그는 모든 수에서 같은 실수를 했고, 완전한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실수는 오직 그에게만 눈에 잘 띄는데, 그건 상대방이 그 실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전쟁이라는 승부는, 시대라는 일정한 조건 아래서 하나의인간의 의지가 생명이 없는 기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다양한 자의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과이므로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 P205

라브루시키는 이것을 알아채고 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그가 누군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했다.
"입니다. 당신들 쪽에 보나파르트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전 세계를I정복했다는 걸.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겁니다......"
는 이렇게 말했는데, 말끝에 왜 뽐내는 듯한 애국심이 튀어나왔는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통역은 마지막 부분을 생략하고 나폴레옹에게 전했고, 보나파르트는 미소지었다. "젊은 카자크는 위대한 대화자를 미소짓게 했다"고 티에르는 기록했다. 말없이 몇 걸음 나아가다나폴레옹은 베르티에를 돌아보고, 이 돈 강의 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사람이 바로 그 황제이고, 승리에 빛나는 불멸의 이름을 피라미드 위에 새긴 황제인 것을 알리면 돈 강의 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전달되었다.
라브루시키는(나폴레옹이 자기를 놀래주려 하고, 자기가 깜짝 놀랄거라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았으므로) 새 주인의 기분을 맞추려고 곧바로 깜짝 놀란 시늉을 하며 눈을 크게 떴는데, 채찍을 맞으러 끌려갈 때 으레 짓던 표정이었다. - P208

때 으레 짓던 표정이었다. "나폴레옹의 통역이" 하고 티에르는 썼다.
"이 말을 전한 순간, 카자크는 멍하니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동방의스텝을 넘어 그 영명을 떨치던 정복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몰고 갔다. 갑자기 수다스러움은 사라지고, 순진하고, 말없는 경이의 감정으로 변했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상을 주고, 마치 새가 태어난 들판으로 새를 놔주듯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 P209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나는 밤새도록 널 불렀다" 그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신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 들어오기가 두려웠어요."
그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자지 않았어?"
"네. 자지 않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따라하며, 같은 말투로, 마치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이 그저 몸짓으로 말하려고 했다.
"내 사랑・・・・・・ 또는 내 친구......" 공작영애 마리야는 알아듣지못했지만, 그가 분명 여태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부드럽고애정이 넘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와주지 않았니?"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고맙다 얘야.. 내 딸, 내 친구・・・・・・ 전부 다. 전부 다…………… 미안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고맙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흘러내렸다. "안드류샤를 불러다오." 그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탁을 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아이같이 겁먹고 의심스러운 빛을띠었다. 그도 이 부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적어도 공작영애 마리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대답했다.
그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 P217

"알겠습니다." 드론은 대답했다.
하코프 알마티치는 더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농민들을 다스려왔고, 그들을 복종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복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는 순종적인 대답을 듣고 야코프 알파티치는 일단 만족했지만, 군대의 협력 없이는 도저히 짐마차를 모을수 없겠다고 의문을 넘어 거의 확신했다.
저녁때가 되어도 짐마차는 모이지 않았다. 마을 선술집에서 다시 집회가 열리고, 그 자리에서 농민들은 말은 숲으로 놓아주고 짐마차는제공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알파티치는 이에 대해 공작영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리시예 고리에서 온 말에서 자기 짐을 내리고 그말을 공작영애 마차에 채우라고 명령하고는 경찰서장에게 갔다. - P228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나는 밤새도록 널 불렀다......" 그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신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 들어오기가 두려웠어요."
그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자지 않았어?"
"네. 자지 않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따라하며, 같은 말투로, 마치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이 그저 몸짓으로 말하려고 했다.
"내 사랑..
또는 내 친구.. 공작영애 마리야는 알아듣지못했지만, 그가 분명 여태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부드럽고애정이 넘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와주지 않았니?"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고맙다 얘야...... 내 딸, 내 친구・・・・・・ 전부 다. 전부 다…………… 미안고맙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흘러내렸다. "안드류샤를 불러다오." 그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탁을 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아이같이 겁먹고 의심스러운 빛을띠었다. 그도 이 부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적어도 공작영애 마리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대답했다.
그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제2부 217 - P217

그러자 공작영애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감사와 상냥함으로 넘치는 표정으로 그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감사할 것 없다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그가 와주지 않았다면자신은 분명히 폭도와 프랑스군에게 피살됐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가너무나 분명하고 끔찍한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출하려 했다는 데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그것보다 더욱 명백했던 것은, 그가 그녀의 상황과 슬픔을 이해해주는 고결하고 숭고한 영혼의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울어서 눈이 부은 그녀가 자신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함께 눈물지어주던 그의 친절하고 정직한 눈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와 작별하고 혼자 남자 공작영애 마리야는 갑자기 눈물이 고이는것을 느꼈고, 그러자 곧,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묘한 의문이 떠올ㄹ랐다 - P254

조프와 대면한 이후 전황 전체에 대해서도, 또 그것을 맡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안심하며 연대로 돌아갔다. 이 노인 안에 사적인 것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고, 마치 욕망들의 습성만, 지성(사건들을 그룹지어 결론을 내리는) 대신 사건의 경과를 차분히 관찰하는 능력만 남은것처럼 보일수록 안드레이 공작은 모든 일이 마땅히 되어야 할 대로되어갈 거라 더욱 안심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자기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해내거나 계획하지 않는다.‘ 안드레이공작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유익한 일은 절대 방해하지 않고, 해로운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의지보다 강하고 더 중요한 것, 즉 사건의 필연적인 경과를 알고, 그것을 볼 수 있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그 관점에서 사건에 참가하기를 피할 수도 있고 다른 데로 돌려진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고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장리스의소설을 읽고 프랑스 속담을 인용해도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렇게까지 되었나!"라고 할 때의 목소리가 떨리고 "놈들에게도 말고기를 먹여주겠어!"라고 할 때 울먹였기 때문이다. ‘쿠투조프가 총사령관으로 선택됐을 때 궁정의 의견에 반해 국민들에게 나타난 의견 일치와일반의 찬동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느끼던 이감정이 토대가 된 것이었다. - P269

황제가 모스크바에서 떠난 뒤 모스크바의 생활은 예전과 똑같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생활이 전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애국적인감격과 영광에 찼던 며칠을 상기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러시아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도, 영국클럽 회원들이 어떠한 희생도 각오한 조국의 아들들이기도 하다는 것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황제가 모스크바에 머문 동안 온 도시를 열광하게 했던 감격에 찬 애국심을 상기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원과 금전을 기부하라는 요구뿐이었는데, 이 요구는 갑자기 법률적이고 공적인 형태가 되어 아무래도 피할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닥쳐오는 커다란 위험을 알아챈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것처럼, 적이 모스크바로 접근해 오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모스크바사람들의 생각은 조금도 진지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경박해졌다. 위험이 닥쳐오면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으레 두 개의 목소리가 똑같이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목소리는 위험의 성질을 잘 파악해 벗어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무척 이성적으로 말하고, 또하나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예견하고 사건의 전반적인 움직임에서 달아나는 것은인간의 힘에 부치고 위험을 생각하는 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우니 그것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는 외면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더욱 이성적으로 말한다. 혼자일 때 인간은 대개 첫번째 목소리에 따르지만, 집단사회는 두번째 목소리에 따른다. 지금 모스크바 시민의 경우가 그랬다. 모스크바가 이해만큼 흥겨웠던 적은 오래도록 없270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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