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을 위한 독서 - 책은 어떻게 교회와 이웃의 번영을 돕는가
C. 크리스토퍼 스미스 지음, 홍정환 옮김 / 죠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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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같은 자리만 맴돌지 전혀 진전이 없다. 족쇄에라도 묶였는지 나가질 않는다. 열심히 기도하고, 가르쳐도 변함은커녕 내 삶을 바르게 하기도 버겁다. 더 좋은 방향을 위해 함께 대화라도 하려 했으나, 어떤 철학자의 가르침과 같이 그저 "목숨을 건 도약"이 될 뿐이다.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대화 속에 우리는 오히려 길을 잃고, 허기진 배만 더 움켜쥐게 된다. 왜 이렇게 하나 되기도 어렵고 함께 가기도 힘든 것일까.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무엇엔가에 꽁꽁 묵인 듯 하다.

<공동선을 위한 독서>는 이런 나에게 단비와 같은 책이다. 저자 C. 크리스토퍼 스미스는 자신이 섬기는 '잉글우드교회'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 공동체의 새로운 목적을 제시한다. "함께 읽고 대화하기." 이 단순한 두 개의 돌로 신앙의 개인주의와 성공의 수레바퀴를 멈추고, 시류를 거스른다. 신학, 역사, 생태학, 경제학, 소설 등 독서 영역뿐 아니라 삶의 영역에도 확장을 이루어 전혀 새로운 신앙의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 한국 독자들은 이미 저자의 <슬로처치>를 통해 교회의 맥도널드식 경영에 대한 선지적 질책을 경험한 바 있다. 이제 이 책은 슬로처치를 향한 조금 더 구체적인 한 걸음을 떼게 하고, 오늘에 교회가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학습 조직으로서 지역 교회'라는 생소한 전제를 상정하고, 이를 위한 유일하고 안전할 길로서 '독서'를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학습'과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생각해서 예수님의 도를 배우고, 그것을 살아내어야 한다. 학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단순하게 반응하게 되고, 상황에 작용하는 많은 요소를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인 존재가 된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을 죽게 만든다. 교회는 학습하고, 행동하는 '학습 조직으로서 지역교회'가 되어야 하면, 이를 위해서 독서가 필수이며, 개인의 영역으로 생각하던 독서가 공공의 영역으로 공유될 때 새로운 상상력으로 건강하고 번영하는 공동체를 세워 갈 수 있게 된다.

'학습 조직으로서의 지역 교회'의 핵심 사역은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을 창조한다. 사회적 상상력은 우리 의사 결정의 이면과 전반에 걸쳐 현실을 형성하는 힘이다. 사고와 경험의 프레임이다. 인간은 이 상상력에 묶여 있다. 언어 구조, 시간 구조(365일, 7일 일주일, 하루 24시간), 교육 구조(초, 중, 고, 대학), 경제 구조, 건축 환경 구조 등 우리를 규정된 길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상상력'은 우리를 빠르고 쉽게 판단하게 하며 안전감 속에 살게 하나, 기반이 된 이론이 정당성을 상실한 후에도 구조는 남는다. 즉, 새로운 시대에도 꼰대와 같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사회적 상상력'을 변혁할 수 있을까? 저자는 "변혁의 씨앗은 삶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가진 공동체(또는 작은 공동체)에 있다(46)"고 주장한다. 월터 브루그만이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우리를 둘러싼 지배적인 문화의 의식과 인식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 의식과 인식을 끌어내고 키우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 불려왔다"고 강조한다. 즉, 교회가 대안을 제시하고 살아내는 '대조 사회(contrast society)'가 되어야 하며, 독서, 함께 하는 독서가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으로 공동체를 인도할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스티븐 킹은 "독서를 텔레파시"라고 칭했다. 다른 시간, 장소의 사람이 작가의 글을 읽으며 작가의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즉, 독서는 내 영역/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놀라운 행위이다. 인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죄의 문제를 위해 하나님이 세계 외부에서 오셨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안에서 스스로를 변혁할 에너지를 찾지 못한다. 따라서 <공동선을 위한 독서>는 변혁을 해야 하나, 한계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평범하지만 분명한 출구가 될 것이다. 꿈을 꾸는 공동체, 꿈이 필요한 공동체라면 함께 일독하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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