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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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는 제목만 들어도 어렵다.  이리 어려운 책을 청소년들의 권장도서로 지정되다니.. 책을 사 둔지 1년이 지났지만 읽지 않았다. 그냥 느낌표 선정도서라서 사 둔 것이다. 이번에 조카 녀석이 학교에서 필독서라 해서 함 읽게 되었다.  막상 읽어보니 감동적이다. 시집간 딸에게 책을 필사해 주는 아버지의 마음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비 그리울 때 보거라.' 울 아버지는 나 시집 갈 대 볏짚으로 짚신을 만들어 주셨다. 나는 옛 것을 좋아한다. 아버지 어릴적에 짚신을 삼았다고 하셨다. 난 얼른 한 켤레를 부탁해서 만들어 왔다. 지금 신발장 안에 있다. 우리 집에 놀러오는 아이들한테 가끔 신겨본다. 자기 발에 맞으면 내사랑이라며 뽀뽀를 해 준다. 물론 아이들은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울 아버지 그리울 때 난 짚신을 본다.

다산 정약용의 치마에 쓴 시도 애절하다. 05년 가을에 전남 강진 다산 초당을 다녀왔다. 초당을 오르는 길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그곳 담벼락에 딸에게 보낸 치마시가 복사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읽고 지나갔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사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무심코 지나치던 사물들이 어느날 새롭게 다가 올때도 있다. 요즘 장마철이라 햇볕보기가 힘들다. 흐린날에 집안에는 습도가 많다. 울 딸은 칭얼대고 나는 한시에 푹 빠져 계속 뒷장을 넘긴다. 관리실에서 안내 방송을 한다. 매주 수요일에 아파트 앞에 장터가 열린다. 과일 채소 순대 생선 피자 등 상인들이 방문해서 싸게 판다. 구경가는 것도 오늘은 쉰다. 책에 빠져 볼란다. 아이는 어느듯 잔다. 얼른 무릎에서 내려 요위에 눕히고 다음 장을 읽는다.

이양연<마을 아낙네>

자네 친정은 멀어서 오히려 좋겠네

집에 가지 못해도 할 말이 있으니까

나는 한동네로 시집와서도

어머니를 삼 년이나 못 뵈었다네.

갑자기 친정 부모님께 전화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밤이 되니 주변이 고요하고 좋다. 이 책은 밤에 조용히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지금  한시 한편 지었으면 좋으련만 한문 실력이 약해서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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