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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똥 참기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ㅣ 국시꼬랭이 동네 13
이춘희 지음, 심은숙 그림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무척 재미있다. 조카와 45일동안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책제목을 읽어보라고 했더니 '밤똥참기름'이라고 했다. 나는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참기'를 자기가 짐작으로' 참기름'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책 제목보고 나선 글쓴이가 누군지 봐야한다고 여러번 강조 했더니 이번에 제법 잘 찾아 읽는다. '이춘희 이사람은 책 많이 썼네 '한다. 자기가 읽은 책들중에 여러권이 있다고 읊어 댄다. 똥떡, 싸개싸개오줌싸개, 각시각시풀각시, 고무신기차 등등. 기특하다, 그동안 읽은 책들을 이정도 알아내는 것도 가상하다.
책을 한 장 넘기면 국수꼬랭이가 나온다. 그 장면을 열심히 보더니 수빈이가 말한다,
"고모야, 야들은 뭐 먹노?"
"너, 이거 안먹어 봤나?"
"고모야는 먹어 봤나?
"당근이지. 시골 할머니 칼국수 만들고 할 때 주시면 불에 구워먹었는데. 이번 추석에 가서 할머니보고 해 달라고 해라."
"할머니가 지금도 할 수 있나?"
"물론 잘 하신다. 고모가 전화해 놓을게, 국수 꼬랭이 해 먹게 칼국수 만들어 주라고? 고모야 어릴때 이거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수빈이 아빠는 잘 안 먹었고 울산 삼촌은 잘 먹었데이"
'알겠다, 우리 아빠는 밀가루 음식 싫어해서 그랬제."
"응 맞다. 맞아, 근데 넌 국수같은거 잘먹제'
"내 억수로 좋아한다. "
"나중에 수제비해 먹을까?"
"진짜제"
책 내용은 길남이가 밤에 똥이 마려워 형을 깨운다. 촛불을 켜 들고 뒷간에 가선 동생은 밖에 형이 있는지 자꾸 말을 걸고 형은 귀찮다고 얼릉 나오라고 한다. 이때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진다. 이때 나는 옆에 있던 수빈을 '왁'하고 심하게 놀래켰더니 아이가 울려고 한다. 그 바람에 자고 있던 딸도 깨서 칭얼거린다. 얼릉 공갈 젖꼭지를 물렸더니 다시 잔다. 수빈이는 내 팔을 잡고 찰싹 달라 붙는다. 이렇게 읽어주면 아이들이 집중도 잘하고 책 내용에 쏙 빠져든다. 그리고 언제 또 놀래킬까봐 긴장하는 모습이 귀엽다.
책 뒤면에 뒷간에 가서 사용하는 밑씻개 그림이 나온다.
"빈아, 아빠 어렸을 적에 휴지가 없었어 이걸(짚으로 된 밑씻개를 보면서)로 썼데이"
"종이로 써면 되잖아. 그라고 안 아프나?"
"종이는 귀했고. 고모야는 짚은 안썼고 나뭇잎은 썻데이. 왜 시골가면 마당옆 화장실 앞에 감나무 있제. 그 감나무 잎을 따서 썼는기라."
"오, 스~맬ㅋㅋㅋ"
"고모야는 키가 작아서 빈이 아빠가 감나무잎 많이 따 줬대이"
"히히 그랬나. 웃기네. 그라면 아빠한티 지금 전화해 볼까?
이런 책들은 아이들 혼자 읽게 하면 안된다. 함께 읽으면서 부모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수빈이는 아빠 어릴적 추억을 되새김질 해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을 떠올리니 어린시절이 그리워진다. 아이와 부모가 하나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대화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추억을 가진 부모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