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강은교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품절


어설픈 시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 강은교 /문학사상사/2002.


강은교 시인의 시는 읽기가 어려워 여러 가지 생각에 함몰되기도 하였지만 일상적인 소재들이 나와 타자를 동일시 하는 맥락에서 편하게 읽히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 한 작품을 나름데로 해석해본다.



◑몰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
-강은교

몰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
길을 건너는 풀잎 어깨를 은빛 안개가 쓰다듬네
잿빛 웅덩이 누운 길
바람이 길 저편에서 달려오네
분홍 구름을 우물우물 씹으며 달려오네
웅덩이를 훌쩍 넘어 달려오네

아, 다 마른 웅덩이를 누운 길
몰운대 풀잎이 풀잎을 건너 달려오네
사각사각 달려오네


이 시를 해석하기 전에 몰운대에 관해서 알아 보았다.
몰운대(沒雲臺)의 이름은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이면 그 안개와 구름에 잠겨서 섬이 보이지 않는다고 구름속에 빠진 섬이란 시화적(詩畵的)인 이름이었고, 문헌상에는 1763년 일본통신사 조엄(趙樟)이 해사일기(海擄日記)에 해운대와 몰운대의 경치를 비교한 뒤「몰운대는 신라 이전에는 조그마한 섬으로 고요하고 조용한 가운데 아름다워 아리따운 여자가 꽃 속에서 치장을 한 것 같다」고 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시 제목에서 보면 "몰운대 풀잎이 길을 건너네"하고 되어있다. 화자는 몰운대에 있는 푸른 나뭇잎들이 길을 건너 어디론가 간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을 건너' 하고 말할 것을 여기에선 "길"로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몰운대"하는 위치명이 예전에는 섬이었는데 지리적인 영향과 바다의 지각변동으로 육지와 만남으로 해서 길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 같다.

길이 만들어지면 자연 사람들의 왕래가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산과 바다는 연인이라고 한다. 이들을 이어 주는 중매쟁이가 바로 강이다. 그렇다면 중매쟁이가 없는 풀잎 스스로 길을 건너 육지로 사랑을 찾아 걸어 나온다. 그러면서 몰운대 앞 "포장마차"「조만간 황금빛 햇님이」에 들러 "오이"「오이 샐러드」를 "우물우물 씹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고요한 새벽이 되면 "사각사각"하는 초침소리를 듣고 급한 마음에 포장마차를 나오면 이른 새벽 "안개가 어깨를 쓰다듬"을 정도로 많이 내려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화자는 육지와 섬 사랑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길을 만들어 소통을 하게 한다. 물론 위 시에서 밤을 상징하는 어떤 단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지만 사랑을 "쓰다듬"고 엉"덩이"를 배고 "누"워 할 수 있는 행위(접촉)를 밤으로 본다. 다음은 색채를 사용한 시어들이 눈에 띄는데 풀잎/은빛/잿빛/분홍, 들은 풋풋한 사랑이 영글어 정열적인 사랑으로 바뀐다는 걸 알 수 있다. '영분홍 치마가 봄바람에'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분홍이 전해 주는 새색시 같은 수줍음과 가슴 떨림이 화자를 달려오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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