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 나는 뚱뚱하다

나는 뚱뚱하다 ㅣ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먹는 게 세상 무엇보다 좋은 제방이는

탐스럽게 볼록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사랑하고, 

동네 어른들로부터 '호빵맨'이라 불리지만

그런 자신을 소중하고 귀엽게 여깁니다. 

부모님은 제방이의 건강을 걱정하시긴 했어도

잘 먹고, 자신감 있는 아들의 모습을 늘 지켜봐 주셨죠. 

제방이에게는 먹는 행위나 음식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 같았어요. 

편의점 간식들조차 대충 고르지 않을 뿐더러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에서는 그럴싸한 한 상을 

스스로 차리고 감사히 먹을 줄 아는 아이였거든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뚱뚱한 외모는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평가나 

건강에 대한 적신호로 여겨져 비난을 받기도 해요. 

제방이가 체육 시간에 뜀틀을 성공적으로 넘었음에도 

외모 때문에 뒤에서 험담을 들었던 것처럼요. 

평소 관심 있던 여자 친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제방이의 충격이 어떠했을지는.. 아마도 상상 이상일 거예요. 

제방이는 문득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창피하다 못해

너무 슬펐습니다. 

그 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폭식하고 좌절하던 모습은 

무척이나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제방이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할 줄 아는 아이였고

그리고 늘 제방이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힘든 순간을 잘 버틸 수 있었죠. 

고통과 역경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어린 제방이 스스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리고 결국은 자신만의 모습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대견하고 뭉클했습니다. 

수려한 내장산과, 마치 제방이의 '먹방'을 보는 듯했던 

갖가지 음식의 묘사가 인상 깊었던 책이었어요. ^^ 

세상 사람들이 맛난 음식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맘껏 먹지고 못하고 죽는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제방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제방이는 진심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먹는 것이 좋았다. - P24

제방이가 어떤지 위에 올라가서 보고 오라는 엄마의 말에 잠시 올라온 아빠는 제방이가 먹다 말고 처량해진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시선을 던졌다. - P103

변한다는 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노력했을 때, 아이들의 생각 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이 변화된다는 것쯤은 제방이도 알고 있었다. 한 번에 쉽게 되는 일은 없다. - P134

나는 여전히 뚱뚱하다. 하지만 뚱뚱한 것이 더 이상 창피하지 않다. 맛있게 먹고, 잘 싸고, 신나게 움직이고,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지낸다. 아무도 내가 뚱뚱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행복하다.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