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인생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에서의 교육이 끝나면 우리는 사회로 나가 인생의 꽤 많은 시간을 회사 혹은 어딘가에서든 일을 하며 보냅니다. 적당한 나이, 시기에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지 고민을 끝낸다면 최고로 훌륭하겠지만.. 대부분은 고민할 충분한 여유도 없이 성급하게 뛰어나가거나 등 떠밀려 나서기도 하죠.



내 인생에서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 나는 일을 통해 어떠한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 지나온 길도 되돌아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크나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과 인생>에서는 일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생과 일 사이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저자의 경험과 통찰이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내가 일하려고 사는지, 살려고 일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말 많이 하시지 않았어요? 저는 젊은 시절 잦은 야근 때문에 달고 살았던 말이에요. 하핫. 생에 있어서.. 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죠. 100세 시대라고 늘어난 수명을 보며 기뻐만 하기엔 그만큼 더 오래, 일에서 벗어나기 어렵겠다 두려운 마음도 있어요.



아들러에 의하면 인생에는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라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만 해결할 수 없으며 각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두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는 감각, 즉 ‘공헌감’을 토대로 타자와의 유기적 관계를 쌓고 위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 갑니다. 그렇게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게 되고 관계 속에 안착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공헌감을 느끼게 해주는지 늘 생각해 봐야 하죠.



일은 일의 과제를 비롯한 나머지 과제들과도 연결고리가 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에서 느끼는 가치만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면 노화나 질병 혹은 사고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지게 되거든요.



일이 내포한 여러 의미를 생각하면, 체력과 지력이 따라주는 한 일을 계속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사는 것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인생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을 삶 속에 어떻게 위치시켜야 할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일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말고 일과 더불어 교우·사랑의 과제를 균형 있게 해결해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요.



저자는 라이벌과 경쟁을 들어 이야기했는데요. 이 '경쟁'이란 게 끼어들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거죠. 라이벌이 있으면 자극이 되어서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그 라이벌과 과도한 경쟁이 시작되면.. 본질보다도 경쟁 자체만 남는 것 같아요.



인생이 늘 흥미롭고 발전만 있을 수는 없겠죠. 우리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이고 가치인지 깊이 생각해 보고 아들러가 말한 세 가지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가며 묵묵히 걸어가는 길 위에, 삶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기로 결정한 일을 하는 동안은 반드시 성취해야 할 것도 있지만 가까운 길 두고 멀리 돌아가야 할 경우도 생기고 부득이하게 버려야 할 것들도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공헌감, 가치로 마음의 중심이 팍! 하고 세워진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인간은 ‘살기 위해 일한다’고 할 때, ‘산다’는 ‘생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크리톤 Kriton>에서 "중요한 것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다."라고 소크라테스를 내세워 말했다.
- P22

인간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일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타자를 위해 쓰고 타자에게 공헌한다. 타자에게 공헌하면 공헌감을 느끼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 P34

아들러는 진짜 문제는 사람을 평가할 때 일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로 평가하게 되면 나이가 들어 지력과 체력이 쇠퇴했을 때 스스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여기게 된다. - P83

공헌감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공헌감이 있으면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면 인간관계 안에 들어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일을 인간관계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일에도 몰두하게 될 것이다.

- P123

우월성의 추구라는 말을 들으면 ‘아래에서 위‘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아들러의 의도를 바르게 표현하자면 평평한 지평선 위에서 모두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미지에 해당할 것이다. 자기보다 앞에서 걷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걷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가운데 각자 한 발 한 발 앞으로 걷는 것이 우월성의 추구다. - P155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듯 반복될 뿐, 새로운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기보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 P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