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루돌프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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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상에 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제주도예요. 노래 '제주도 푸른 밤'의 첫 소절이 자동으로 재생되며 제주도의 들판과 바다가 머릿속에 떠오르죠. ^^



제주도 푸른 바다를 계속해서 소환한 결과일까요? 나름 끌어당김의 법칙이 이루어졌습니다. 사계절 출판사의 신간 그림책 <여름의 루돌프>를 보게 되었으니까요. ^^



고사리 철 제주의 봄, 먹거리와 일상을 담은 <고사리 가방>, 새콤달콤 차가운 귤 철인 겨울 이야기 <귤 사람>이 앞서 출간되었었죠. <여름의 루돌프>는 김성라 작가님이 제주를 담은,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뒤표지에는 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와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 "호오이~" 숨비소리를 내는 모습입니다. 바다에서 내어주는 먹을거리는 욕심 없이 딱 한 숨만큼만 가져와야 한다는 걸 늘 상기시키는 소리 같아요.


서울의 여름에서 제주의 할머니 집으로 도망 온 손녀가 잊은 게 있었어요. 여름은 여기에도 있다는 것을요. 빨리 찾아온 여름은 더위를 한가득 머금은 채로 꼼짝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무더운 집에서 나온 손녀는 돌담, 뷰티아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를 걷다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에 도착했어요.



물질을 끝낸 할머니를 반갑게 부르자, "나 강셍이 더 자주기게." 하고 말씀하시네요. 내 강아지 더 자지 그랬어~라는뜻이지요.



4시간 물질에, 잡은 해산물 손질까지 마쳐야 하는 고된 일을 하시는 할머니께 여쭤보았어요. 그렇게 힘든 일을 왜 아직까지 고집하시는지..



고만 이시민 뭣 헤.

마음이 출렁출렁 허는디.

바람 좋고 물 밑이 고우믄

소라, 성게, 우미, 오분자기

잘 보이주~

돈도 벌고 벗도 만나는 바당이

나는 좋다.





제주든 서울이든 어디든, 다 사람 사는 곳이죠. 겉으로는 그토록 평온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고된 치열함이 있어요. 그래서 더욱 제주도 바닷가 마을 같은, 힘들 때 잠시나마 위안 받고 힐링 되는 나만의 '파라다이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손녀가 제주에서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벗인 해녀 할머니들과 보낸 짧은 휴가는 도시로 돌아간 후에도 그녀의 남은 여름을 시원하고 든든하게 채워줄 테니까요.



할머니들과 헤어지는 장면은 저까지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떠나는 사람, 떠나보내는 사람의 두 마음을 다 알 것 같았습니다.



<여름의 루돌프>를 통해 관광지 제주가 아닌 한적하고 사람 사는 맛의 제주를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벌써부터 이 다음 책이 기대될만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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