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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10월의 저녁, 파리의 대기에는 전기가 흐른다. 비가 내릴 때조차도, 그 시간이면 나에겐 우울함도 없고, 시간이 흘러 사라진다는 느낌도 없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다. 한 해는 10월에 시작된다"
저자 파트릭 모디아노는 부서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표현되는 삶의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이다.
1945년 블로뉴 비앙쿠르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 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외곽 순환도로』로 19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슬픈 빌라』로 1976년 리브레리상을 수상하였고 1978년에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청춘 시절』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팔월의 일요일들』 『도라 브루더』 『신원 미상 여자』 『작은 보석』 『한밤의 사고』 『혈통』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지평』 등이 있다.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60년대의 파리 라탱 구역에 있는 카페 ‘르 콩데’로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중년들이 모여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무나 드나들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지 않아도 된다. 방랑 생활을 하는 보헤미안들이 모인 이 카페에 어느 날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젊은 여성이 이들 사이에 끼어든다. 이들은 이 젊은 여자에게 ‘루키’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화자를 각 장마다 바꾸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화자는 고등 광산 학교 다니면서 자신이 학생임을 밝히지 않은 채 ‘르 콩테’에 드나든다. 두 번째 화자는 케슬레라는 탐정이다. 루키의 과거를 되짚는다. 케슬레에 의해 루키의 윤곽이 드러난다 세 번째 화자는 루키이다. 본명이 자클린 들랑크인 루키는 아버지가 누군지 분명하지 않으며 미혼모에게 태어난다. 어머니가 물랭루주로 일하러 간 사이 몰래 밤거리로 나서고 ‘미성년자 방황’으로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한다, 그러다 만난 자네트 골과 바를 드나들며 마약까지 복용한다. 장피에르 슈로와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견뎌내지 못한다. 신비주의에 빠져 어느 모임에 나간다. 거기서 롤랑이란 청년을 만나게 되면서 집을 떠난다. 네 번째 화자는 롤랑이다. 작가 지망생인 그는 모임에서 루키를 만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루키와 파리를 떠나기로 한 날 그녀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됐어, 이제 마음대로 가렴”
자네트가 루키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때 한 말이다.
‘르 콩테’는 정처 없이 표류하는 삶의 집결지이자 잃어버린 젊음의 장소이다. 정처 없이 표류하는 삶은 좌초하고 만다.
누군가 나에게 “ 됐어, 이제 니 마음대로 가”라고 말할 것만 같다.
읽는 내내 먹먹하다. 그리고 안타깝다.
삶의 모호함을 그려냈는 생각이 든다.
삶의 실체란 없는 것이다. 각자가 겪고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실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는 게 어쩌면 간 밤에 꾸게 되는 꿈인지도 모른다.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잊히는 꿈.
달리 생각하면 각자가 흐릿한 망상 속에 사는게 우리의 인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