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의 몰락 - 이재용(JY) 시대를 생각한다
심정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삼성의 몰락> 이재용JY시대를 생각한다.
최근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뿐만 아니라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기업인 애플과 후발주자인 샤오미(小米) 사이에 끼여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특히 그룹 내에서 매출액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 내외적으로 위기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삼성 그룹 내부에서 있었으며, 삼성에서 퇴사한 이후에도 그룹 내 인사들과 교류하며 삼성에 대한 정보도 있으면서 그룹과 그룹 임직원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저자가 쓴 책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제목이 다소 선정적이다. <삼성의 몰락>. 삼성 그룹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20년 전부터 “삼성 공화국 Republic of Samsung” 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낼 만큼 견고한 위치를 구축했던 삼성이다. 삼성의 몰락이라니. 애국가 배경화면에도 나오는 반도체 공정과정, 애니콜과 갤럭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휴대폰 시장의 발전과정에 이르기까지 발전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그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겉보기에는 발전만을 거듭하고, 그룹 내에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서 될성부른 떡잎은 키워주고 가망이 없어 보이는 사업에는 과감히 손을 뗄 줄 아는 기업이었다. 물론 지금도 삼성은 그룹 내에서 꾸준히 연구&개발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1장에서 갤럭시의 앞날을 전망하며 과거 삼성의 주축 산업이었던 반도체, 전자기기 그리고 자동차 사업에 대한 과정을 훑어낸다. 그러면서 항상 fast follower였던 삼성이 스스로 스마트폰과 같은 차세대 주력상품을 창조해내지 못한다면 기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 삼성의 몰락이 예견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첫 번째 삼성의 몰락이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삼성의 몰락은 바로 경영권 승계와 특유의 기업문화가 주는 폐쇄성에 기인한다. 삼성 그룹은 “2세 경영은 창업주의 경영 실적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세간의 통념을 뒤집은 것으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에 관해서는 엇갈리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삼성 그룹 전반의 경영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건희 회장의 실적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그야말로 무(無)에서 시작하여 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의 업적이 삼성의 모든 것이라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삼성 그룹을 이어 받아 현재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내어 그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이제 그 관심과 기대는 고스란히 3대 세습의 주역이 될 이재용에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1・2대 최고지도자와는 달리 온실 속의 화초라는 인상이 강한 3대의 경우, 세간의 평가 역시 살벌한 시장경제체제에서 능동적인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과거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기업과 국가를 진두지휘했던 이들에 대한 환상이 짙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재용 시대는 그 시작부터 불안함을 안겨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서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오랫동안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았을 때 이미 이재용 시대는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설사 이건희 회장이 극적으로 병석에서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재용 시대의 도래는 멀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재벌에 대한 국내외적 인식, 3대 세습에 대한 불편함과 그 부당함에 대한 논의는 차지하더라도 삼성 그룹의 3대 세습과 이재용 시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삼성 그룹 내부의 정보와 시장 상황 등을 조합하여 이재용 시대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다소 제한적인 경영 수업과 관점에 따라 유약해 보이는 그의 경영 스타일로 전대 회장들과 비교하였을 때 다소 불안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총평이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보이면서 이재용 시대를 낙관적으로 보아도 되지 않느냐는 시각에 되려 그는 삼성전자가 이재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그룹 내의 의견을 전하며 낙관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다.

<!--[endif]-->
이외에도 최근 신라호텔 정문에 추돌한 80대 택시기사를 도왔던 일이나 제주도의 영세 상인들에게 지원을 해주어 이름을 알린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경영권을 노릴 만한 주요 임원진에 대한 그룹 내 의견과 대내외적인 활동 및 저자의 사견이 곁들여진 총평은 삼성 내 역학관계와 파벌 등에 대해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생> 등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지만 대기업 내에서는 특유의 기업 문화와 이에 기반한 파벌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상사들과 주요 기업들이 이런 파벌 싸움과 이에 기초한 폐쇄적 기업 문화로 인하여 격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점을 역설하며 삼성의 그룹 문화에 대해서고 경계를 표했다.
혁신으로 대표되는 애플, 다른 기업들을 반면교사 삼아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신흥 기업들을 예로 들며 삼성 그룹에 놀랄만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파한다.
삼성의 몰락은 곧 대한민국의 몰락이라고 한다면 확대해석일까. 아무리 국내 경제적 비중이 큰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 기업의 몰락이 국가의 몰락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유약한 경제구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의 몰락이 가져올 변화가 당분간 우리나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책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분명 삼성의 몰락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그룹의 성장 과정과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책이다. 이를 통해서 삼성의 미래를 짐작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앞으로 다가올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통해 스스로의 인생에 지침서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RHK에서 낸 책 중에 <처신>이라는 도서가 있다. 처신은 직장인으로서 취해야 할 처세술에 대해 저술한 책으로 사기 등의 고서 등에서 살펴볼 수 있는 선현들의 지혜를 활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책과 함께 본다면 본인의 처세는 물론 앞으로의 설계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가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