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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있는 라이언 주점
델리아 에프론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오늘 추천해드릴 신간 도서는 장편 소설 <사자가 있는 라이언 주점>이라는 책입니다.

책은 도피하듯 정처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두 여성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도로를 정처없이 거닐던 한 여성과 만나게 되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녀들이 다다른 곳이 바로 "사자가 있는 라이언 주점"입니다.
몸을 누이고자 들어간 주점에서 우리에 갇힌 사자 마르셀과 조우하게 됩니다.
이후 이 마을에서 잠시 머물며 주점의 직원으로 일하게 된 세 여성이
차츰 자신들이 무엇으로부터 도피하고 있었는 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라이언 주점, 그리고 사자 마르셀은 그녀들에게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한 안식처가 됩니다.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마음에 앓던 불면증을 술로 달래며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라나
한 남자에게 마음을 바쳤지만 너무나도 무심하게 버려진 트레이시.
남편의 신념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며 자신을 철저히 버리고 살아야 했던 리타.
진정으로 그녀들이 도망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그녀들이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과정이 답답할 만큼 더디고 느리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생을 고민해도 그 답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자신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
심지어 자신이 무엇에 옥죄어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라나"라는 인물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마치 내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말들을 풀어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나 때문에 인생을 허비했어. 난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딸인데도..."
그녀가 도망치고자 한 것은 알코올 중독자인 본인의 모습이었을까요.
아버지께 실망만 시키는 본인이었을까요.
자신에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게 하는 아버지였을까요.
나를 그렇게 만든 어머니였을까요.

사자 마르셀은 라이언 주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마르셀이 무언가 행동을 취한 것은 아닙니다.
마르셀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입니다.
라이언 주점에 있는 사람들.. 특히..
무언가로부터 도망쳐나온 사람들은 마르셀에게 차츰 미주알 고주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됩니다.
여러분에게는 마르셀과 같은 존재가 있는지요.
사실 마르셀과 같은 존재는 특별히 필요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소설 속의 라나처럼 단 하루만, 단 한번만 나 자신에게 내 마음 속의 말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 한번이라도 명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본 적이 있나요?
답해본 적이 있나요?
이 책은 저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게 하였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원서 The Lion is in의 저자 Delia Ephron의 인터뷰 영상을 첨부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