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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좋아하시나요?"
이 질문은 소개팅 장소에서 나올 수도 있고
면접 현장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이런 질문에 어떤 답을 했나요?
저는 지금까지 저 스스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말하는 '책'이라는 것은
문학작품과 과학/전문서적을 제외하고
인문/교양서적, 역사책, 역사소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소 한정적인 범위에서의 "책" 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나요?
어떤 책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소설은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드라마를 그렇게 느끼듯이 말이죠.
가십거리는 될 수 있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설을 보지 않더라도 큰 지장이 없고
현실성이 있는 소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간접 경험의 역할조차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제목을 접하고서도 사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아서 거기에 대한 자구책으로 나온 책인가.."
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 책의 목차는 간단합니다.
세상 모든 증상에 대한 치료법을 알려주고
증상리스트/독서질환/소설과 작가 및 작품 열거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내용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600페이지가 넘어가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한번에 읽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자 할 때, 혹은 책과 권태기에 빠졌을 때
책이라는 놈에게 대결 신청을 했을 때
나에게 필요한 장을 찾아서 펼쳐서 읽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는 책을 읽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문이 잠겨서 못 들어갈 때 생기는 빈 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스마트폰 게임?! SNS?! 친구와의 전화?!
사실 이럴 때야말로 책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항상 지하철을 탈 때,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스마트폰은 5분 이상을 집중하기 어렵지만
좋은 책 한권을 쥐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더라구요.
사실 화장실에 가는 시간과 지하철에서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안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그 시간들이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버스도 도전해봤지만 차 멀미가 정말 심한 저로서는 할 짓이 못되더군요...)
(차에서 책을 읽으시는 고단수의 독서광분들을 접할 때마다 경외를 금치 못합니다.... 꾸벅)

학창시절에는 동네에서 책 좋아하는 책벌레로 나름 유명했었습니다.
등하교길에도 익숙한 길이었기 때문에 책을 보고 걸어다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도 자습시간에 책 읽다가 사감 선생님께 혼나고..
공부해야 할 고3때는 독후감 채워넣는게 가장 즐거운 낙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들어와서는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 되더군요.
신구대면식.. 마시고 토하는 즐거운 MT..
자취방에서 책이라곤 전공서적들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수업시간에나 챙겨볼 뿐이었죠.

그래서 였을까요.
저는 중간중간에 있는 이런 부분들이 더 눈이 갔습니다.
책을 다시 집어들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이 부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아직도 책을 편식하는 이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읽게되더라구요.

제가 소설을 가장 무시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책이라는 것이 사실 인생의 간접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보배라고 생각을 하는 저로서는
소설이라는 것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게하는 도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간군상의 삶을 보여주는 소설이야말로
인생 그 무엇보다도 값진 간접경험을 하게 해주는 창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책을 프롤로그, 목차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정말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책 읽기 방법과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평소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서 읽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잘 음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유심히 읽었고
이 책에서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했던
독서질환에 대한 해결책도 주제별로 목차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나요?
책이 필요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751권의 책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신의 책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