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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인문학
휴 앨더시 윌리엄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융합, 통합, 그리고 통섭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언어가 되었다.
이제 한 분야의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보다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 의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를 요구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등장하게 된 말이 융합, 통합, 그리고 통섭이다.
여전히 이 말을 가지고 서로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바이다.
나는 <메스를 든 인문학>이라는 책의 제목을 접하고 가장 처음에 든 생각이 바로 이 단어들이었다.
"메스"는 보통 '의학'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물건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일견 의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학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두 학문은 전혀 궤를 같이 하고있지 않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선입견을 무참히 부숴준다.
셰익스피어의 소설들 <베니스의 상인>과 <리어왕> <햄릿>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이니 따로 설명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알 것이다.
(영화 베니스의 상인 중에서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심장 쪽 살 1파운드를 원한다는 계약 내용에 따라 집행하게 해달라는 장면)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살"의 정의에 대해서 깊이 사고한다.
사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연인인 포샤의 재치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들이 눈에 떠오르지만
저자는 샤일록과 포샤의 "살"에 대한 개념의 차이
그 외의 셰익스피어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살"의 기원 등의 이야기들로 한 장을 가득 채운다.
<햄릿>에 이르러서는 지방이라는 것이 물렁물렁하고 불필요한 폐기물인지 유용한 자원인지에 대한 언급으로 이어지니
"살"하면 다이어트를 먼저 떠올렸던 우리들로서는 분명 인식의 전환점을 제공하기에 틀림 없는 부분이다.
해부학강의 부분에서는 렘브란트의 그림 <튤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라는 미술 작품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에 집중하였지만
저자는 그린 화가 렘브란트의 위치를 통해 당시 사회상과 해부에 대한 인식을 전했다.
당시 해부 대상이 되는 시체는 사형수의 것이었으며
시체 해부는 비교하기 그렇지만 마치 현대 일본에서 "참치 해체 쇼"를 보듯
인기 있는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도 관람하는 것이었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전달한다. 렘브란트의 위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마다 정말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 외에도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까? 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가지고 몸의 각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통섭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학문의 교류는 이렇게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상황을 달리 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메스를 든 인문학>은 표지의 부제 그대로
과학과 인문, 예술을 넘나드는 우리 몸 이야기를 통해
문학 작품에서 쉬이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직시할 수 있게 해준다.
위 영상에 들어가보면 저자가 얼마나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연구적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제시된 영상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영상들이 많이 링크되어 있으니 저자의 사고를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한번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