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읽어봤지만 에세이는 처음이었다. 처음에 이 책을 골랐을때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기도 했지만 푸른 물결 속에 헤엄치는 두 모자의 모습에 시선을 한참 빼앗겼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윤슬이 유난히도 반짝이고 청량한거 같다. 제목도 표지도 왠지 여름에 썩 잘어울리는 듯한 첫인상이었다.



이 에세이는 박완서 작가가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약 40여년간 쓴 660여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린 글로 이뤄졌다. 지하철에서 겪은 유쾌한 오해와 사십 대의 비 오는 날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특히나 공감 할 수 있을 거 같다. 지하철에서 흔히들 겪는 일이었고 그 모습이 평범한 우리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작가는 작가다. 나였다면 그냥 기분으로 끝났을 이야기일 텐데 작가는 감정, 느낌, 반성, 통찰이 들어가 있다. 다른 이야기들도 그렇다. 어른으로서 평온함과 사랑이 묻어난다. 민들레 꽃을 선물 받은날 외손자에게 건넸던 그 마음들이 너무 좋았다. 이런 사랑을 보여주는 할머니가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의 외손자가 퍽 부러웠고 나도 작가와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처럼 따뜻한 어른으로 나이들어 간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나이들고 싶다.



작가가 일상속에서 겪고 느낀 35가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 박완서가 아니라 인간 박완서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따뜻한 글을 쓰고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는지 이 에세이를 보면 어렴풋이 느껴진다. 작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책에서 말했듯 "넉넉한 건 오직 사랑이었습니다." 인생의 시작부터 사랑이 가득했던 작가라 그런지 늘 사랑이 넘쳤던거 같다. 현관앞 말벌에게 조차도 마음을 나눴던 그였으니 그의 글이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아쉬운건 각 에피소드별로 날짜가 있었더라면, 그때의 분위기 느낌을 좀 더 느낄수 있었을거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읽다보면 분명 오래된 풍경같은데 언제 였을까? 이런적이 있었나? 하는 게 있는데 만약 날짜를 써줬더라면 그때는 이런 시대상 이었겠다. 하고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 오랜만에 마음이 포근포근해지는 에세이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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