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했던가, 누구에게나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육지에서 살면서 제주도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책 속에 스며든 제주도의 낯선 방언과 낯선 음식들은 이상하게 익숙하고 따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추억의 음식은 달랐지만 비슷한 추억이 있어서인지 작가의 기억과 마음이 나에게 투영되고 그래서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거 같았다. 읽는 내내 나의 엄마가 생각이 났던건 작가와 내가 꽤나 닮은 부분이 있어서 였던거 같다. 어려운 형편에 먼 유학길을 감행했고 반쯤 바다를 건넌듯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오랜 타향살이, 눈에 부신 성공을 거둔것도 아니었고 가끔은 엄마한테 돌아가고 싶어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 시간들을 지나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서 엄마가 해준 미역국을 꾸역꾸역 먹으며 눈물이 난 것도 바리바리 박스로 챙겨서 보내주는 엄마표 음식과 김치를 받을때마다 지금도 울컥울컥하는 것도 엄마가 되고나니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거 같고 알아서 더 아프고 더 애틋해서 일거 같다. 나도 언젠간 엄마를 기억하고 엄마의 음식을 기억하는 책을 쓰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더 간절해졌다.(물론 작가처럼 잘 쓸 자신은 없다) 이 책은 왠지 추운 겨울에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배지근한 돼지고기의 향과 하얀 곤밥의 따스함이 노곤노곤하게 쓸쓸한 마음을 토닥여주고 배불려준다. 작가를 배불리 먹이며 자라게 했던 그 음식은 지금도 살아가는 힘이고 추억이 되었다. 추억의 음식은 다르지만 작가의 이야기가 나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보듬어주었고 책을 덮을때 작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작가가 차린 식탁의 빈자리에 나도 함께 하고 싶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