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의 구슬 1
정오찬 지음 / 뮤즈(Muse)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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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싸우는 중 도깨비 풀이 붙다니, 재미난 우연이구나.


환국 최고의 도깨비 사냥꾼인 서씨집안의 삼남 신율은 이무기 도깨비를 잡고 돌아오던 길에 소매에서 따끔함을 느낀다. 따끔함의 정체는 도깨비 풀이었는데, 평소 같으면 털어버렸을 신율이지만 어쩐지 버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 심어줄 생각을 하며 자개함에 소중히 넣어둔 후 이탈산 근처의 마을에서 머무는데... 그날, 이무기가 사라져 잔치를 하던 신율이 묵고 있는 마을에 희고 긴 머리의 발가벗은 소녀가 자개함에서 태어난다.


'도깨비'하면 지금은 공유가 떠오릅니다. 사실 그것과 다르게 예전에는 눈이 하나이거나 셋이거나 혹은 뿔이 나있거나 입이 쭉 찢어져서 뾰족한 이빨이 있고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그런 도깨비들이 떠올랐었는데 그런 괴물 같은 도깨비들은 사실 일본 식민지 때 일본이 심어놓은 이미지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실제 우리나라에는 김서방 도깨비 같은 이미지였던 모양이에요. 인간이 상대가 도깨비인 걸 알고 내기를 해서 탈출하는 이야기라든지... 술을 좋아하는 도깨비라든지... 씨름을 한다던지 하는 이야기 속 도깨비.
여튼, 그런 것처럼 여미의 구슬에도 도깨비들을 표현하면서 4~5종류로 표현하는데 식물, 동물, 전설, 환상 같은 형체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뿔이 나오거나 무섭게 생긴 이미지는 아니라는 건 확실합니다.


서씨 가문의 남자는 모두 끝없는 집착을 가진 미치광이야.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평생을 바쳐 사랑할 대상이 필요해.
그게 설령 도깨비가 될지라도 막내의 사랑을 방해할 생각은 없어.


신율은 생긴 것과 다르게 냉정하기 그지없는 모습과 달리 도깨비 풀에서 나오는 따뜻하고 발랄한 기운에 마음이 끌리고, 몇백 년 동안 도깨비 풀에서 떠돌다 도깨비 산이 아닌 인간 마을에서 태어난 여미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알게 모르게 끌립니다. 하지만 도깨비와 인간이 함께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휴... 막 그냥 막... 그냥 여미랑 신율이랑 알콩달콩 하게 해주세요!! 소리가 마구마구 나옵니다. 이어지고 싶으나 이어질 수 없는 이 웬 거지 같은 운명의 장난인가!!!!!!!!

가려진 이야기가 한두 줄기였으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 덜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뒤로 가면 하나씩 풀리긴 하지만 여미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깔려있는 것이 많아서 궁금증 유발에 비해 해소가 다소 느린 느낌이라 등장인물들부터 시작해서 정체와 관계까지 의문스러운 것들을 빨리 알고 싶어서 조급증을 꾹꾹 눌러가며 읽었네요.

수수께끼 같은 여미의 정체(?)와 이러니저러니 한 것들 다 필요 없으니 훈훈한 두 생물체가 그냥 맘 놓고 붙어있게 해주세요!!!!!!!!!! 이 저주 같은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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