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 색은 반드시 빨간색이어야 하고. 빨간 양초가 전부 거울에 비치도록 나열한 다음 불을 붙여. 그 상태에서 거울을 등지고 서는 거야. "



저는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책을 아직까지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인분들을 통해 익히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읽으려고 책 정보를 알아보던 중에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들어낸 이야기가 호러소설이었다는 작가 이력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테두리 없는 거울은 읽기 전부터 엄청나게 기대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계단의 하나코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이카와는 당직 중에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후배이자 교생으로 왔었던 지사코. 그녀는 음악실에 볼일이 있다는 이유로 찾아와 아이카와와 함께 학교를 점검하며 학교 괴담인 계단의 하나코 이야기를 하며 얼마 전 죽은 사유리 이야기를 언급하는데..
계단의 하나코에게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가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무한 계단의 형벌이 기다리고 있죠.

그네를 타는 다리
미노리라는 초등학생 여아가고 매스컴에까지 오를 정도로 떠들썩 한 사건이 발생한다. 엄청난 속도로 그네를 타다가 보호 바를 넘길 정도로 날아가 떨어져 죽은 것..
단짝 친구부터 함께 놀던 아이들까지 여러 아이의 시선인 듯.. 인터뷰인 듯 여러 시선과 생각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아리송함이 더 커지기는 하지만.. 저는 이런 식의 전개가 참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아빠, 시체가 있어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다리가 안 좋은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갈 수 없어 쓰쓰지의 부모는 매주 외갓집을 방문해 청소를 하기로 한다. 처음 청소를 하러 온 날 온 집안에 이상한 냄새와 시체들이 구석구석 구겨져서 넣어져 있는데 신고를 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어찌어찌 처리하고 돌아간 그다음 주 또다시 찾아간 외갓집에서는 어디서 나온 지 모를 시체들이 즐비해 있고 쓰쓰지가 시체를 계속 신경 쓰는 것에 비해 부모는 그저 징그러운 벌레를 본 듯한 반응과 시체 같은 게 언제 있었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데..
이 시체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이며, 그 시체들은 정말 있었던 것일까요?

테두리 없는 거울
어느 날, 귀가하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는 집 앞에 잠든 듯한 모습으로 인형 같은 소녀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재즈클럽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는 도야에게 반한 가나코는 클럽에서 알고 지내는 사키와 마이코라는 친구에게 미래를 보는 거울 점 이야기를 듣게 되고, 점점 더 커져가는 도야에 대한 마음으로 가나코는 거울 점을 쳐보는데 그 거울 속에서 가나코와 도야를 닮은 여자아이를 본다.

8월의 천재지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쿄스케와 놀기 시작하면서 함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된 신지는 다시 아이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유짱이라는 가상인물을 만들어낸다. 축구도 잘하고 잘생기고 좋은 동네에 사는 유짱의 이야기를 하며 다시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결국엔 유짱은 없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게 되고 더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려는 찰나에 눈 앞에 유짱이 나타나는데..


호러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소름 끼치게 무서운 것보다 오히려 인물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호러 장르이기에 무서움을 잔뜩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알 수 없는 안쓰러운 감정이 마구 들어 올라오니... 그래서 감성을 담은 호러였나 봅니다.
테두리 없는 거울에서 특히 그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졌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스포에 가까워지기에 자세히 언급하기가 어렵지만 테두리 없는 거울 단편이 가장 맘에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반전을 이해하기도 쉬웠고요.
 
사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또 다른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모여앉아서 각 단편마다 읽은 느낌과 각자 해석한 결말에 대한 이야기(토론)를 나누고 싶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제가 호러소설이나 공포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다른 책과 비교하기 힘들지만.. 가장 흔히 알고 있는 온다 리쿠의 몽환적 이미지는 블랙에 가깝다면 이 책의 몽환적 이미지는 옅은 분홍이나 옅은 노랑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마 표지와 비슷한 옅은 분홍이나 다홍계열에 더욱 가까운 느낌이긴 한데요.. 왜 인지 모르게 블랙이나 레드 같은 느낌보다는 흰색이 많이 섞인 부드럽고 옅은 색의 노랑이나 분홍이 떠오른달까요.. 그 때문인지 표지의 색감마저도 아주아주 적절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분신사바.. 혹은 하나코 같은 이야기는 아마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일 테지요.. 예를 들면 제가 어릴 적 학교에서 아이들과 하던 미스터리 한 이야기는 학교 동상이 자정이 넘으면 움직인다던가.. 화장실 귀신 이야기 같은... 돌고도는 구전으로 말이죠.. 테두리 없는 거울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5개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쓰인 듯 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몽환적이면서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주최가 되는 인물들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으스스 함을 같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현실과 환상, 공포와 감성, 냉소와 유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색다른 매력이 가득하다."라는 출판사 평이 이 책을 아주 딱 맞게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들이 스며들어있는 이야기가 노골적인 공포보다 더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하고 등골을 서늘하게도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 세계와 저 세계의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시공을 가르는 이야기들과 결말들이 아마도 독자들에게 있어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하고 정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아리송한 이야기들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몽환적 느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즐거운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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