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 혼자 보는 세상엔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누군가 곁에 있다면 같은 것을 두 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전경린작가 역시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작품을 읽기는 처음이네요. 작가는 많고 읽어야 할 책은 더더 많기만 합니다.


어릴 적 자신을 돌봐준 고모 부부. 고모부가 자신의 친부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고모부가 돌아가신 후 실제로는 작은 고모인 이린이 자신의 친모인 것을 알게 되고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이린과 함께 인듯 함께 가 아닌 듯 공존하며 살기 시작하면서.. 유지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사람인양 행동하며 피아노 연주로 자신을 표현하며 살아가는데 연주실에서 수시로 만나게 되는 생물교사 이사경과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유지는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에게 매주 집으로 찾아가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유지는 커서 '피아노 호텔'이라는 학원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고..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혼란스러움이 크더군요. 앞뒤 없이 마구 이야기를 풀어놓는 느낌이었달까.. 근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모든 감정이 다르게 느껴져요. 유지가 끌고 가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모든 걸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보이더라고요.


우리는 어쩌면 본질적으로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없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도록 설계된 존재인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늘 생각지 않은 문제에 부딪히고 모르는 곳에 도달하는 존재지요. 실은 그 편이 더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우린 언제나 모르는 것만을 목적지로 삼으니까요.  -14p


사람들이 살면서 다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기에 어딘가엔 이런 인생이 있겠지요. 겪고 싶지 않은 인생입니다만.. 부딪히고 깨지고 날카롭고 예민하고 신경 쓰이는 모든 것들이 벗어나고만 싶을 것 같은데.. 유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네요.. 종종 아버지라는 존재에 유독 신경 쓰는 듯 한 모습을 보게 되는데..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나 집착이었을까요?


나는 하나의 질문을 입안에 물고 굶주려 죽어가는 새였다. 이린은 끝내 생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어서 나 자신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같았다.  -22p
삶이란 부재의 사과를 깎는 일이다, 할 때의 그 사과이지. 삶이란 사과 껍질을 가급적 얇게, 끊어지지 않게 깎는 일이야. - 76p
너처럼 연주하는 사람은 없어. 나에게도 음악에게도 넌 단 하나뿐인 존재야. 유지, 그걸 잊지 마.  -160p


책을 읽자마자 리뷰를 쓸 수가 없었어요. 리뷰를 쓰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달까요.. 왠지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은 둘째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읽은 후기가 궁금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먼저 하게 된 것 같아요. 
해변 빌라라는 제목에서 풍겨오는 왠지 모를 낭만적인 느낌과는 전혀 달랐던 내용이었달까요.. 먼저 책을 읽은 지인에게 금세 읽을 수 있을 거야~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읽을수록 보이는 것들에 왠지 전 그저 금방 읽어버릴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결국엔 유지는........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도네요.. 오랜 여운을 가지게 하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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