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어서와, 수안아 "

 

파스텔톤의 겉지를 벗겨내면 나오는 초콜릿색의 하드커버가 참 마음에 드네요.. 잔잔한듯한 책의 분위기에 잘 맞춰졌단 생각입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신간을 내어주신 작가님.

연애소설인 전작에 대한 기대 혹은 이미지 때문인지 이도우작가님의 신작 소식을 듣고 당연히 로맨스일것이라고 생각한것이 빗겨나갔습니다.
성장소설은 많이 읽지 않는 편이지만 이도우 작가님의 신간이기에 두번 고민도 안 하고 읽어야 겠다 생각한 책이에요.


재개발 5구역에 세들어 살며 실과 바늘이라는 조그마한 의류수선가게를 하고있는 둘녕. 그리고 그녀의 회상.
어릴적 어머니가 달동네의 가파른 언덕 아래로 사라진 후 이버지를 따라간 모암마을의 외가. 그 곳에 살고있는 할머니와 큰 이모부부, 막내 삼촌과 둘째 이모 그리고 사촌 수안과 함께한 어릴적의 기억.
동갑내기 사촌 수안과의 어릴적 함께 했던 모든것들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죽음, 상처, 떠남에 대한 쓸쓸함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수안이와 둘녕이의 어린시절엔 그 시절에만 할 수 있었던 순수함이 많았습니다. 함께 책을보고 책에대해 이야기하고 서로가 책의 주인공도 되어보고, 잔병치례를 하는 수안이를 위하여 둘녕이는 위약(약처럼 보이지만 효능은 없고, 그런 믿음을 주는 약)을 만들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약이되기도 독이되기도 하지만 참 좋아보였습니다.

 

맨발은 안 돼요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말인가 하겠네요"

"한 사람만 알아들으면 되죠."

싱긋 웃는 그의 모습이 겨울 햇살이 속눈썹에 내려앉은 것처럼 눈에 아려왔다. - 168p


작가의 전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아끼고 아끼다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잠옷을 입으렴의 글에서는 꼼꼼하고 섬세함을 느꼈습니다.

조금만 꽈악 쥐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인물들의 감정들이 너무나 섬세하게 느껴졌고, 머랄까 부득이하게 얹혀살이(더부살이)하게 된 둘녕이의 이야기를 보고있노라면 그녀가 불쌍해 보이는것이 아닌 그녀의 어른스러움과 다정함이 먼저 눈에 띄며 주변을 바라보며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느껴 졌달까요?

둘녕이가 살았던 곳들은 꼭 한번 가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는 이제는 잘 찾아보기 힘든 그러한 배경들이 그리움을 자극 했던 것 같네요.

누군가의 오래된, 아주 오래되고 기억 저 편에 묻어두었던 그런것을 아주 조심히 꺼내 들어 보여주는 듯 한 그런 느낌.

성장소설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요즘같은 오락가락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기분마저 변덕스러워지는 시기에 읽기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이 많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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